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잰걸음…2021년까지 파일럿 테스트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4-07 14:41 수정 2020-04-07 14:41

2021년 12월까지 기술·법률 검토후 테스트
중앙은행 CBDC 발행, 빠르고 저렴한 송금 인정
한국은행 “발행 필요성 낮지만 연구 필요성 높아져”

사진=한국은행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파일럿 테스트(소규모 작동 시험)를 2021년 12월까지 진행한다. 금융결제국에 신설한 디지털화폐연구팀과 기술반을 중심으로 CBDC 연구를 수행하고, 기술·법률 검토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한 기술‧법률자문단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CBDC는 중앙은행이 각국의 법정화폐를 디지털 형태로 발행한 화폐다. 특히 블록체인 등의 기술을 도입한 CBDC의 경우 기존 화폐보다 빠르고 저렴한 송금이 가능하고, ATM이나 은행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들도 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파일럿 테스트 발표에서도 CBDC 발행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번 테스트 역시 ‘발행 필요성’이 아닌 ‘연구 필요성’이 높아진 데에 공감해 진행하게 됐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급결제 환경 변화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표현으로 미루어보아 발행이 필요한 상황엔 CBDC를 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일럿 테스트는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의 주도에 따라 올해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22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단 추진 일정은 단계별 진척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구체적으로는 ▲CBDC 설계 및 요건 정의(2020년 3월~7월) ▲구현기술 검토(2020년 4월~8월)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2020년 9월~12월)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2021년 1월~12월) 순으로 테스트를 진행한다.

‘CBDC 설계 및 요건 정의’ 단계에선 국내 지급결제 환경, 기술 수준 등을 고려해 CBDC 시스템의 운영 방식(직접운영·간접운영 등)과 제공 기능, 필수적 기술요건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구현기술 검토’에선 CBDC를 설계하고 기술요건 등을 충족하는 구현기술을 검토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 등의 활용 가능성을 조사한다.

‘업무프로세스 분석 및 컨설팅’ 단계에선 확정된 CBDC 설계와 기술요건을 기반으로 업무프로세스 분석과 외부기관 컨설팅을 진행한다. 끝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에선 업무프로세스 분석과 컨설팅 수행 결과를 바탕으로 CBDC 파일럿 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한다.

이 같은 기술 검토와 함께, 한국은행은 법률 검토를 위해 CBDC를 도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이슈를 검토한다. 여기서 법적 이슈는 ▲CBDC 발행 권한 ▲법화성 ▲한국은행 ▲금융기관 및 민간과의 법률관계 등을 말한다. 또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 필요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개정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한국은행은 CBDC 파일럿 테스트 과정에서 대외 교류·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CBDC 관련 대외 여건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주요국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중앙은행간 정보 교류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의 이번 파일럿 테스트는 CBDC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전 세계 추세와, 높아진 국내 연구의 필요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여전히 존재하는 현금 수요, 경쟁적 지급서비스 시장, 높은 금융포용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가까운 시일 내에 CBDC를 발행할 필요성은 크지 않으나 대내외 여건이 크게 변화할 경우 신속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지급결제 분야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민간부문의 시장 확장성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CBDC 발행 필요성과는 별도로 대내외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BDC 도입에 따른 기술적, 법률적 필요사항을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 및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CBDC 연구 역시 이번 한국은행 파일럿 테스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에콰도르·우루과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금융포용 제고를 목적으로 CBDC 시범 발행을 추진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스웨덴·중국 등이 현금 이용 감소·민간 디지털화폐 출현 등에 대응해 발행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 CBDC 발행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미국·일본 등도 관련 연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강조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