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시대⑥]ICO·디파이 이은 광풍, 전문가가 말한 ‘올바른 방향’은?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3-19 10:32 수정 2021-05-10 13:48

NFT·디지털자산에 남은 공통 과제 ‘상용화’
“가치 분할·소유권 이전·토큰 재발행 필요”
“비트코인 가치 변동성 리스크 흡수 대안”

기태현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겸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왼쪽), 김일영 코인즈월렛 대표(오른쪽).
기태현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겸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왼쪽), 김일영 코인즈월렛 대표(오른쪽).
ICO(디지털자산 공개)·디파이(탈중앙 금융)에 이어 NFT(대체 불가능 토큰) 광풍이 블록체인 업계를 강타했다. 실제로 NFT 플랫폼의 판매량이 급증한 데에 이어, 관련 서비스를 준비 중인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NFT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거품이 빠진 뒤에 ICO와 디파이 업계의 옥석이 가려졌듯, NFT 역시 가격 상승에만 주목하지 않고 남은 과제를 해결해야 안정적인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원한 과제 ‘상용화’ = 19일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블록스트리트와의 통화에서 NFT의 문제점으로 상용화를 꼽았다. 디지털자산이 활용처를 확대해 자산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듯, NFT 역시 경제구조 안에서 고유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1세대 화이트해커로 유명한 기태현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 겸 블록체인시큐리티 대표는 “NFT는 유일하고 어디서나 확인 가능하면서도, 해킹이 어려워 누군가가 손댈 수 없다는 점에서 퍼블릭 블록체인과 개념이 유사하다”며 “보증해줄 수 있는 가치가 없다면 유통량이 낮아져 존재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드나 서버가 없는 상태가 벌어진다면, 만든 사람들만 보유하고 아무도 안쓰는 코인과 같아지는 셈”이라며 “활용성, 즉 현물 가치 증가를 통한 거래 수단으로서의 활용이 수반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 교수는 발행 기관의 신뢰도를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은행처럼 퇴출 가능성을 낮추고 가치를 보증해줄 수 있는 곳에서 자산을 만들어 NFT로 대체한다면 영원히 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디지털자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이오 인증 등을 접목한 국내 3세대 지갑 연구 기업 ‘코인즈월렛’의 김일영 대표 역시 발행처의 신뢰도 향상과 사용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NFT 서비스로 꼽히는 ‘NBA 탑샷’은 NBA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이 NFT를 보증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실질적인 사용처 확대와 관련해 “초창기에 NFT를 음원 등에 적용하는 시도가 있었는데,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어떤 노래를 NFT로 만든다고 해서 그 음악을 NFT 보유자만 듣는 건 아니다 보니, 현실적으로 그림 등 일부 예술품 외엔 NFT가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게임에도 한정판 아이템 외에 적용할 곳이 많지 않다”며 “문제는 아무리 한정판이라고 해도 여러 종류의 한정판 시리즈가 계속 나오다보면 자연스럽게 희소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넘어야 할 기술 장벽 = 김 대표는 NFT가 자산으로 인정받기 위해 기술 개발을 거쳐 보다 많은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위변조가 어려운 유니크한 데이터를 만드는 데에 그치는 것 같다”며 “NFT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려면 가치를 분할하고, 소유권을 이전하고, 토큰으로 재발행하는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치 분할이란 비트코인처럼 특정 자산을 작은 단위로 나누는 것을 말한다. 가치 분할이 어려운 서비스는 이용자마다 다른 수요량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아 상용화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현재 NFT는 ‘쪼개지지’ 않는다. NFT를 소고기 100g에 비유하자면 50g만 필요한 사람에게 반으로 나눠 파는 게 안되는 셈”이라며 “최근 NFT를 쪼개는 기술이 나왔지만,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소유권 이전에 대해선 NFT 게임 아이템 대여를 예로 들었다. 그는 “NFT로 만들어진 한정판 게임 아이템이 있다면, 단순히 나만 혼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유저에게 일정 기간동안 빌려준 뒤 자동으로 돌아오는 기술이 나와야 한정된 자산으로서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토큰 발행은 소유에서 권리가 파생되는 것”이라며 “앞서 예를 든 게임 아이템을 빌려준 뒤 정해진 대여료가 자동으로 결제되거나, NBA 탑샷에서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의 NFT 카드를 소장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에게 보여준 뒤 돈을 받는 식의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면 NFT는 디파이를 넘어서는 기술이 될 것”이라며 “현재 NFT 시장엔 거품이 있지만, 연말쯤엔 기술적 한계를 이해하고 적정 수준에 맞는 비즈니스 서비스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가치 변동성 흡수 = 기 교수는 NFT가 최근 높아진 가치 변동성의 위험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뢰도 높은 기업이나 기관에서 NFT를 발행해 채권형식으로 가치를 변경하면 활용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유동성 때문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늘었다”며 “유동성이 흘러갈 장소가 없어 디지털자산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본다면, 현물 가치를 갖는 NFT는 높아진 가치 변동성의 리스크를 헷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기존에 가치가 없던 곳에 가치가 부여된다면 NFT는 기존 디지털자산과 차이가 생길 것”이라며 “가치 변동성이 늘어나는 요즘 변동성을 흡수해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디지털자산이나 NFT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높아진 비트코인의 가치를 헷지해줄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게 말해 비트코인의 가치가 너무 늘어 위험성이 생긴 상황”이라며 “신뢰할 만한 기관이나 기업에서 이 리스크를 헷지해 줄 NFT를 만들어 위험성을 흡수해 채권형식으로 가치를 변경해준다면 상당히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