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에셋⑤]제도권에 들어온 디지털자산…업권법으로 이어져야 시장 안정화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3-26 14:43 수정 2021-05-10 13:46

특금법 시행…디지털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과
실명거래계좌 ‘가이드라인’ 부족…업계 “현실반영 절실하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됨에 따라 디지털자산(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들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등이 부과됐다. 다만 법안의 구체적인 부분들이 만들어지지 않아 업권법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은 지난 25일 특금법 시행으로 인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매도·매수, 교환 이전, 보관·관리, 중개·알선 등의 영업을 하는 사업자로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이 대상이다.

특금법은 2018년 3월 처음 발의됐으며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금융거래에서 자금세탁행위, 공중협박 자금조달행위 등을 규제해 투명한 금융거래 질서를 마련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또 디지털자산의 첫 번째 법제화 사례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 개설 등 등록 요건을 갖춰야만 사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존 사업자의 경우 6개월 이내 신고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

특금법 시행에 따라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에게 의무가 부과됐지만, 업계 사업자들의 현실적인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금법 자체가 자금세탁 행위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영업활동을 가능하게 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명계좌의 경우 당장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영업을 지속하려면 시중은행의 인증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협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국내 100여개에 달하는 거래소 중 시중은행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이용계약을 맺은 곳은 ▲업비트(케이뱅크) ▲빗썸(농협은행) ▲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뿐이다. 가상자산 간의 거래만을 지원하는 사업자는 실명계좌 인증이 필요 없지만,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시중은행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아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시중은행과 원만한 협의’만이 답인 셈이다.

시중은행 또한 섣불리 사업자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거래소의 운영 투명성과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때문에 몇 개월 째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지난 11일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따른 정책포럼에서 “거래소 실명확인계좌 신규발급은 물론이고 기존 계약의 연장에서도 명확한 허용 근거 및 연장 근거가 필요하다”며 “특금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실명확인 계정의 이용을 사업 요건으로 정함으로써, 4개 거래소에게 특혜를 주고 나머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폐업을 강제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특금법의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과 함께 업권법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권법이란 업종의 영업이나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근거법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을 규정하는 법안을 만들거나 관련 금융법 개정을 통해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자산 관련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산업의 영역으로 인정받는 양상과는 달리 관련 법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26일(13:30) 기준 업비트의 자체 종합시장지수(UBMI)는 9535.31포인트로, 지수가 처음 산출된 2017년 10월 1일 대비 9배 이상 올랐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 주요 4대 디지털 자산 거래소의 거래 총액은 16조6947억원으로 국내 코스피 거래액을 추월하기도 했다.

특금법을 대표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특금법 시행령이 가상자산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가상자산을 독립적으로 진흥하고, 산업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모자라다"며 업권법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