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노믹스④]금융시스템 붕괴 우려 잇따르자…금융범죄·법률 전문가 모시기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4-09 06:27 수정 2021-04-09 06:27

스튜어트 레비 등 금융·법률 전문가 대거 영입
리브라→디엠 명칭 바꾸고…백서 수정 등 노력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스튜어트 레비 CEO, 로버트 버너 법무 담당 책임자, 스티브 버넬 CLO, 스털링 다인스 COO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 스튜어트 레비 CEO, 로버트 버너 법무 담당 책임자, 스티브 버넬 CLO, 스털링 다인스 COO
페이스북이 발행할 예정인 가상자산(암호화폐) 디엠(구 리브라)이 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로비스트와 금융범죄, 법 관련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우려 종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엠 협회는 지난 2019년부터 로비스트, 금융범죄 관련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디엠 협회는 2019년 6월 백서를 공개한 뒤 각국 정부의 ‘금융시스템 붕괴’ 등의 우려가 잇따르자 같은 해 9월 전 공화당 의원이자 금융 전문 업체 홀리어의 대표 윌리엄 홀리어와 마이클 윌리엄스 전 크레딧스위스 매니징 디렉터를 로비스트로 영입했다.

디엠 협회의 주축을 맡고 있는 페이스북은 당시 12개 로비 대행사를 고용한 상태로, 워싱턴에만 로비 자금으로 750만 달러를 사용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의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비스트 뿐만 아니라 금융, 법률 전문가도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스튜어트 레비 최고 경영자(CEO)다.

레비는 유럽 최대은행 HSBC 홀딩스의 최고 법률 책임자(CLO)를 맡으며 50개국에 법률 자문을 해왔다. 그 이전에는 부시·오바마 집권기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와 테러자금 조달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가상자산을 통한 불법자금 조달과 법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로버트 버너 법무 담당 책임자도 영입했다. 버너는 HSBC 금융범죄관리 부서에서 근무하고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디렉터 경력을 쌓은 뒤 도이체방크 트러스트의 유한회사인 GRH 컨설팅을 설립했다.

2020년 6월에는 금융범죄 전문가 스털링 다인스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다인스는 골드만삭스에서 금융범죄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크레딧 스위스의 금융범죄관리 총괄을 맡았다. 이어 8월 최고법률 책임자(Chief Legal Officer)로 스티브 버넬 전 미국 국토안보부 법률고문이 합류했다.

버넬은 미 법무부 내 형사부 고위직책과 미 연방검찰청 공공부패 및 금융사기 부서장을 거쳐 미 국토안보부에서 반테러, 사이버 보안, 사생활, 초국가 범죄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금융범죄 방지 전문가 4명을 임원으로 영입하며 비판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말에는 법률 및 금융 전문가를 대거 임원으로 채용했다. 12월 디엠 협회 기업 최고 보좌관으로 합류한 크리스티 클라크는 전 HSBC 글로벌 법률 부서장으로 은행 고위 임원들에게 법·규제 대응 전략을 조언해왔다.

당시 디엠 측은 “제임스 에밋 상무이사, 스털링 다인스 CCO, 이안 젠킨스 CFO 등을 선임했다”며 “협회가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를 밟았다”고 밝혔다.

HSBC에 25년간 근무하며 사업, 전략, 기술 분야 전문가인 버트란드 페레즈도 영입했다. 디엠협회는 지난해 9월 디엠 내 결제 자회사인 디엠 네트웍스의 대표 겸 COO(Managing Director and COO)로 선임했다.

이어 HSBC 그룹 매니저 출신인 이안 젠킨스(10월)를 디엠 네트웍스 최고 재무 책임자 겸 리스크 관리본부장 (Chief Financial Officer and Chief Risk Officer)으로, 크레딧 스위스 전 데이터 보호장 사우미야 바브사르(11월)를 법무 담당 책임자(General Counsel)로 앉혔다.

금융당국의 우려를 받아들이고 자금세탁 방지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디엠의 의지는 개명에서도 드러난다. 디엠은 지난해 협회명과 가상자산 이름을 기존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바꿨다.

개명 발표 당시 스튜어트 레비 디엠 CEO는 “프로젝트의 성숙도와 독립성을 알리는 새 이름을 소개해 매우 기쁘다”며 “금융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지불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서를 수정해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다양한 국가의 법정화폐와 연동한 여러 종류의 스테이블 코인을 출시하고, 준비금을 철저하게 확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