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노믹스⑤]CBDC 경쟁력 ‘글쎄’…출시 시점 ‘오리무중’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4-10 07:07 수정 2021-04-10 07:07

페이스북, ‘디엠’ 1월 출시 예고했지만 2달 넘게 출시 지연
정부 주도 CBDC 연구‧개발…디엠, 달러에 가치 연동 계획 발표
G7 중심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규제에 막힌 디엠 출시는 ‘깜깜’

사진=디엠 홈페이지 캡쳐
사진=디엠 홈페이지 캡쳐
페이스북이 발행할 예정인 가상자산(암호화폐) 디엠(구 리브라)이 올해 1월 출시를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최근 가상자산 트렌드가 정부 주도의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로 움직이면서 디엠의 출시 자체가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디엠은 페이스북이 올해 내놓을 예정인 가상자산 프로젝트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리브라(현 디엠)을 발표, 기존 화폐와 연동되면서 기존 가상자산의 단점을 보완한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작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 테더의 경우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페이스북은 디엠을 개발해 시중은행의 탈중앙화를 꾀하고 자신들이 사실상 거대 은행 역할을 맡아 국가 간 금융 거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디엠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국가 간 금융 거래시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해가 생기지 않으며, 송금 기능이 간편화된다. 또 페이스북이 보유한 글로벌 28억명의 사용자로 인해 대규모 네트워크 효과 및 활용성도 가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페이스북이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겠다고 나서자 각국의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스테이블 코인이 법정통화의 위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중앙은행들은 페이스북의 행동을 위험한 시그널로 판단하고 정부 주도의 CBDC 연구 및 개발에 나섰다.

특히 중국의 경우 디엠 백서 공개 이후 CDBC 연구 및 개발에 매진해 지난해부터 4개 도시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공산주의 특성상 국가 주도 사업이 원활하며,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다는 중국의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CBDC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CBDC를 연구하는 한편, 자금세탁, 중앙은행 시스템의 위협 등을 이유로 들며 디엠 견제에 나섰다. 프로젝트가 지연되자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이 중도 하차키도 했다.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리브라의 이름을 디엠으로 바꾸며 달러에 가치를 연동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규제에 막혀 한발 양보한 모양새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도 페이스북의 경쟁력을 활용해 차세대 기축통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디엠은 또 출시 5년 내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전환하려던 계획도 수정했다.

그럼에도 디엠이 당장 출시되기에는 여러 난관이 있어 보인다. 우선 디엠은 현재 스위스의 금융시장감독위원회(FINMA)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시스템 운영사 자격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글로벌 각국에서 디엠을 담을 지갑인 ‘노비(Novi)의 자금송금 자격허가 또한 받아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도 G7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소개한 ’국가간 지급서비스 개선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을 보면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기구는 신기술 적용이 가져올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가상자산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국가간 협조 감시·감독, 국제기준 정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가상자산의 명확한 지배구조 요건 정립, 자금세탁(AML)·테러자금조달(CFT) 방지를 위한 법적·운영리스크 관리방안 마련, 국가간 규제 차이로 인한 규제차익 방지방안 등을 논의한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디엠 같은 스테이블코인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며 "이런 것들에 대해 규제해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