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속으로③]업권법‧투자자 보호 갈팡질팡…입법과정 ‘난항’ 예고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07 07:08 수정 2021-05-07 07:08

콜드월렛·가상자산 등록제 논의 사실상 이뤄지지 않아
“도입해도 업계 반발 우려” 상존…무게중심 잡기 관건

[가상자산 제도권 속으로③]업권법‧투자자 보호 갈팡질팡…입법과정 ‘난항’ 예고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위한 업권법의 필요성이 업계와 국회에서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화가 이뤄지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콜드월렛 보관 비율 의무화나 규제 당국에서 승인한 가상자산만 거래를 허용하는 등 해외에서 도입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경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와 가상자산 발행기업, 투자자 등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가능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최근 CNBC의 방송을 통해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가 합리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불명확한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와 대조적으로 아시아 일부 국가에선 가상자산 규제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취지에서다.

그는 “싱가포르와 한국 일부 지역은 정부가 가상자산을 명확히 정의하고 규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업계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다. 가상자산 업권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가상자산 업권법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거래소들에게 일정 비율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콜드월렛으로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콜드월렛이란 쉽게 말해 오프라인 상태로 해킹 등이 어려운 가상자산 지갑을 말한다. 가상자산의 특성을 반영해 보안성을 높일 수 있는 조항이 업권법 규정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 같은 논의가 아직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의 가상자산 등록 제도가 있다. 각 거래소에 개별 상장해 가상자산을 사고 파는 우리나라와 달리, 가상자산교환협회로부터 허가를 받은 가상자산만 거래가 가능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의 검증을 거래소가 아닌 공인 기관에서 직접 담당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국내 업계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설명한 해외 사례를 국내에 적용할 경우 사업을 중단하는 거래소나 가상자산 발행 기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권법에 포함돼야 할 구체적인 조항들이 논의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해당 제도들을 도입하더라도 업계와 투자자들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큰 한계”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을 대표 발의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가상자산 업권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 등이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업권법이 도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업권법은 꼭 필요하며, 가상자산 업계와 규제 당국 사이에서 중심을 잡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민관 협동이 여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업권법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치, 이해당략에 따라 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여당은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대응기구 마련에 나섰고 야당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뿔난 투자자들의 민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업권법을 마련, 통과시킬지 여부는 미지수다. 투자자 보호와 가상자산업 진흥을 위한 업권법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만 한다. 대선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