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 주의보④]범정부 대책 시급, 거래소 자정작용도 필요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21 16:37 수정 2021-05-21 16:42

머스크 발언으로 가상자산 가격 휘청이지만
국내 투자자 보호 조치 마련되지 않은 상태
업계선 “거래소 자정작용 필요하다” 의견도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해 가상자산(암호화폐)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등하면서 일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이 짙어진 가운데, 정부의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묻지마 투자’가 난무하는 상황을 노리고 부실 코인을 발행·상장하는 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중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종하는 등의 불공정 거래를 하는 이들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발언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휘청이는 점을 감안해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한 셈이다.

김 의원은 머스크의 발언으로 가상자산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에 대해 “주가 변동을 목적으로 사전에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특정 발언 후 되팔면 현 자본시장법에서도 시세 조종 등의 혐의로 문제가 된다”며 지적했다.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 관계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6월까지 가상자산 사기 등 범죄행위를 막기 위한 범 정부적 단속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정보분석원을 통해 불법 의심 거래를 감시해 수사기관 등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또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통해 대규모 유사 수신 및 다단계 금융 범죄를 방지하고, 사이버범죄수사대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해킹을 막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제나 투자자 보호 의지는 보이지 않은 상태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같은 달 “가상자산은 투기성이 강하다”며 “가상 투자자들을 정부에서 모두 보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을 달리한다”며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 예를 들어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보호해야 할 대상인가”라며 현재로선 투자자 보호의지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병욱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거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투자자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자 보호는 투자 손실 보전이 아니라 공시나 코인 발행 업체의 기업 경영 사항을 알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당국이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적극 마련되고 있다. 게리 겐슬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SEC 등에 감독권을 부여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가상자산 가격 급등을 두고 “금융의 미래는 디지털에 있다”며 “하지만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싱가포르는 ‘머니센스’라는 국가 금융 프로젝트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 의식을 제고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거래소 업계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제기된다. 특히 거래소들이 무분별한 가상자산의 상장을 지양하고 공시 등의 확인, 시세조종 세력 등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보다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전략본부장은 지난달 진행된 온라인 웨비나에서 “(거래소들은)수년간 사실상 무분별하게 코인을 상장시켰다. 주식시장과는 달리 어느 심판도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 스스로가 상장을 시키고 있다”면서 “증권 시장의 경우 기업 정보들도 올리고 공시 등도 요구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소들이 가장 먼저 변화하고 움직였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먼저 했어야만 했다”면서 “다른 거래소들이 안한다고 해서 수수방관할게 아니라 한번 더 정보에 대한 제공, 시세조종 등에 대한 모니터링 구축 등에 대해 좀 더 거래소들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보다 간결하게 전달하고, 프로젝트 변동 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선 거래소 등 업계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 대신 보다 합리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나 시스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