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스트리트]“가상자산 인정못해”…은성수 강경 노선에 몸사리는 은행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28 14:40 수정 2021-05-28 14:40

KB·하나·우리,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안하기로 내부 결론
은성수 금융위원장 “가상자산 가격 변동, 보호대상 아냐”
지난 4년간 가상자산 범죄수 585건, 범죄 피해액 5.5조
가상자산 입법 속도전, 여당서만 3개 발의…야당도 가세

사진=블록스트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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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간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발 악재가 이어졌다. KB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 3개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을 안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국내에서 지난 4년 간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이 5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가 하면 국회에서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한 법안 발의가 이번주에도 이어졌다.

◇KB-하나-우리,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 안하기로

지난 25일 KB국민, 하나, 우리금융지주가 가상자산 사업자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3월 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9월 말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과 더불어 실명계좌 개설 등 등록 요건을 갖춰야만 한다. 실명계좌를 발급 받지 않더라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간 거래는 가능하지만 원화 입금이 불가능해져 메리트가 낮다.

국내 3대 은행들이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 사업자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 외엔 전무하다.

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해 부정적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 속 주요 은행들이 아예 실명계좌 발급을 원천 차단하면서 국내 100여개 이상에 달하는 거래소들의 줄폐업 우려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4대 거래소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은행권에 보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자산의 개수, 위험도 높은 가상자산의 상장 등은 검증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4대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은 최대 190여개에 달한다.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 중인데 케이뱅크는 6월,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7월까지가 계약 기간이다. 은행권이 재계약 시 꼼꼼한 검증 작업에 나설 경우 재계약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 “가상자산 가격 변동, 보호대상 아냐”

지난달 가상자산을 인정할 수 없는 화폐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 시장에 충격을 줬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또 다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다만 해당 발언에 뿔난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의식, 톤다운된 발언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6일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1 행사에서 “가상자산 가격 변동은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에는 여러 개념이 있는데 고객이 맡긴 돈이 보호되느냐는 측면에서는 지난 3월부터 개정 특금법이 시행 중”이라며 “(특금법 상 신고 거래소라는)틀에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투자자금이 보호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 투자 열풍과 관련 “투자한 이들까지 보호할 수 없다”, “가상자산은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는 강경발언을 쏟아냈고 이에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급락하는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뿔난 투자자들은 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리는 등 논란이 일었다.

[B스트리트]“가상자산 인정못해”…은성수 강경 노선에 몸사리는 은행들
◇지난 4년 간 가상자산 범죄 피해액만 5조5000억원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던 지난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액이 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가상자산 관련 범죄 피해금액은 약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경찰이 입건한 가상자산 범죄는 총 585건, 피의자수는 1183명에 달한다.

범죄 피해액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에서 지난해 2136억원, 올해 1~4월 942억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인 사건의 피해액 3조8500억원을 합치면 전체 5조5583억원에 이른다.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가상자산 관련 입법 속도전, 여당서만 이달 3번째 법안 발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과 투자자 피해 우려 속에 국회에서 제도화를 위한 법률 발의에 한창이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가상자산 사업자가 전송 및 처리 과정에서 이용자 피해 발생 시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양 의원의 법률안을 포함, 이달 여당에서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률만 3개에 달한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이달 7일 가상자산업법을 김병욱 의원은 17일 가상자산업권법을 발의했다.

세 의원의 법률안은 소폭 차이가 있지만 가상자산 취급업소들이 사업을 진행할 시 정부로부터 인가 또는 등록을 받아야만 하도록 하는 한편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손해배상책임 부과 등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 역시 가상자산 관련 법률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소의 인가제 도입, 거래소들에게 승인된 가상자산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