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은행 옥죄는 금융당국…9월 이후 줄폐업 수순 밟는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02 14:30 수정 2021-07-02 14:34

은성수, “자금세탁 1차 책임 은행에”…면책 기준 요건 불가
실명계좌 발급에 은행 역할 강조…중소업체, 여전히 오리무중
부실 거래소 정리 등 긍정적 영향도…벌집계좌 운영 ‘여전’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을 두고 금융당국이 은행과 거래소 압박에 나섰다.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전수조사하는가 하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자금세탁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실명계좌 발급을 신중히 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유예 종료 기간인 9월 24일부터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은성수 위원장은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금세탁 등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이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 받아주는 것이고, 아니겠다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면책기준에 대해서 “들은 바 없다”며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일축했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계좌 심사 과정에서 은행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실명계좌의 발급 판단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은행의 책임이며, 당국이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문제가 생겼을 시 확실하게 패널티를 부과할 것이니 거래소와의 이익 몇 푼에 실명계좌를 쉽게 발급하지 않도록 압박하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오는 9월 24일부터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의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명계좌와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거래소 중 현재 빗썸(농협은행), 코인원(농협은행), 업비트(케이뱅크), 코빗(신한은행) 등 4대 거래소는 각각 은행과 9월 24일까지 실명계좌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여타 중소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발급받기에는 사실상 어려운 형국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거래소 및 은행 옥죄기의 강도가 강해지면서, 실명계좌 발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나마 고팍스와 한빗코 등 일부 중소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 문턱까지 갔으나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9월 24일 이후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인해 부실 거래소가 정리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소거래소에서는 특금법 신고 기한을 앞두고 고객 예치금을 빼돌리거나 사업을 폐쇄하는 등 소위 ‘한탕주의’식 운영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1년 유관기관 협의체’를 개최하고 가상자산 거래소의 위장계좌 및 벌집계좌 등에 대한 상황을 점검했다.

이에 따르면 일부 거래소들이 제휴업체에서 판매하는 전자상품권으로만 코인을 거래하도록 해 사실상 제휴업체 계좌를 집금계좌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집행기관의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사업자명을 바꾸고 위장 집금계좌로 영업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FIU는 가상자산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매월 집금계좌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위장계좌에 대해서는 거래중단, 공유 등의 조치가 진행 중이다.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법집행기관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가 사업자명을 바꿔 새로운 위장 집금계좌를 만들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 이름과 집금계좌 명이 다른 경우는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