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규제 강화에 4대 거래소 ‘시한부 신세’…시장 위축 ‘불가피’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12 14:02 수정 2021-07-12 14:02

은성수 금융위원장 “면책 요구 말라” 재차 엄포에
4대 거래소 실명계좌 연장 여부도 9월말까지 미뤄
중소 거래소 줄폐업 우려↑, 부실코인 정리 가속화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대표 4대 거래소들과 실명계좌 발급을 맺은 은행들이 계약 연장 여부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거래소 신고 유예기간인 9월24일까지 한시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사고 시 금융권의 책임을 덜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사고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국내 4대 거래소들 마저도 금융당국 엄포에 사실상 시한부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않은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 부실 가상자산의 무더기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욱 커지며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거래소들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 결정을 특금법 상 거래소들의 신고 기한인 9월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이들 은행들은 현재 거래소들의 평가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각사별로 평가 일정은 소폭 차이나지만 늦어도 내달까지는 위험평가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특금법 상 가상자산 취급업체들의 신고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확보다. 추가적으로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받아야만 한다.

ISMS 인증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신고 유예기간인 9월24일까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못할 경우 원화가 아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다. 원화거래를 못할 경우 투자자들 입장에서 메리트가 떨어진다. 가상자산 거래소들 입장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이 사실상 ‘목숨줄’과도 같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 가운데서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대 거래소만이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은행권이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까지 국내 4대 거래소들과의 실명계좌 계약 연장을 미루기로 하면서 재계약 여부 자체를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4대 거래소들도 사실상 ‘시한부’ 신세가 되면서 국내 중소 거래소들의 줄폐업, 부실 가상자산의 솎아내기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SMS 인증의 경우 국내 약 20여개 거래소들이 인증을 획득했으나 실명계좌는 4대 거래소에 국한된 상황이다. 실명계좌 발급을 못받을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사실상 거래소를 운영하기 어려워 줄폐업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당장 일부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 ISMS 인증, 실명계좌 발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자진 폐업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부실 가상자산의 솎아내기도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개한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에는 신용도가 낮은 가상자산을 취급할수록, 거래 가능한 가상자산이 많을수록 위험이 가중된다고 명시돼 있다. 가상자산 신용도의 경우 쟁글의 신용평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은행연합회의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 등에 맞추기 위해 한차례 대규모 부실 가상자산 솎아내기에 나섰다. 국내 10대 거래소들이 올해에만 상장폐지한 가상자산은 300여개 이상이다. 은행권이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는 만큼, 일부 가상자산을 정리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행보다.

국내 4대 거래소들마저도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속 대규모 가상자산 솎아내기가 재발될 공산이 높다는 평가다.

은행권이 가상자산 거래소들과의 실명계좌 발급을 꺼려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 영향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실명계좌 발급 계약 이후 사고가 나더라도 은행들에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검증을 진행한 은행들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실제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은행권의 면책 요구와 관련 “더는 그런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검증 책임은 은행에 있다. 은행은 거래 여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일에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실명계좌를)받아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라며 “(불법자금, 실명계좌와 관련)당연히 (은행들이)겁을 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