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가상자산거래소 설립하겠다는데…해결해야 할 3가지 과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27 16:10 수정 2021-07-27 16:10

사업자 신고 차별 가능성에 업계 반발
금융위원회 등 중앙 부처 갈등 가능성
업계 “지자체 정책 일관성 잃었다” 지적

사진=부산시 제공
사진=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기능을 포함한 통합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인 가운데, 블록체인과 금융업계에선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시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힘을 실을 수 있지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부터 중앙부처 협의, 대체거래소 정책 일관성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최근 통합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이다. 통합 거래소란 대체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합친 기관이다. 대체거래소란 기존 증권거래소 외에도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거래소를 일컫는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기업이 참여하는 통합거래소에선 가상자산과 증권형토큰, 대체불가능토큰 거래를 지원하고 추후 주식 거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소 설립은 박형준 부산시장의 영향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이전부터 선거 공약으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세우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당시 김영춘 후보 역시 세계 최초 공영 가상자산 거래소를 세우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해당 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시 단위의 시장 참여로 가상자산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블록체인특구로 지정된 부산시는 타 시보다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이 보다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업 온더의 김준식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핀테크 및 블록체인 기업 간담회에 참여해 “디지털자산 거래는 사용자와 블록체인 기술의 접점이며, 이 같은 접점 영역을 늘려 블록체인 실사용 사례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부산시의 거래소 설립을 촉구했다.

이어 “부산시는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디지털 금융 허브로 만든다면 수많은 기술 인력의 유입과 함께 글로벌 시장 경쟁력의 상향 표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가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 과정에서 중앙부처와 갈등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부산시의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은 법적으로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임직원의 범죄이력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특정금융정보법에선 거래소 설립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은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규제하는 정책 기조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부산시의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두고 차별 논란이 일어날 경우 규제가 가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를 세우기 위해 부산시가 중앙부처와 겪을 수 있는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한 이유다.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과 관련해서도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에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9월 24일까지 가상자산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 반면, 이후에 설립된 거래소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사전에 해야만 국내 영업이 가능하다. 부산시 역시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할 경우 ISMS 인증과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뒤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한 기업은 한 곳도 없다. ISMS 인증을 받은 기업은 약 20곳에 달하지만,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는 기준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시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업자 신고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부산시만 예외적으로 신고가 되더라도 업계에서 차별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부산시가 통합거래소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금융 업계에서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의 대체거래소 설립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유지해 온 부산시가 대체 거래소와 가상자산 거래소를 합친 통합거래소를 세울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며 정책 일관성을 지키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 규모를 고려했을 때 대체거래소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설립을 반대해 온 부산시가 대체거래소 설립 가능성을 보이는 데에 일각에선 시장의 공약을 무리하게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시가 가상자산 거래소를 만든다면 산업 성장에 있어서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 거래소 업계는 사업자 신고 등 규제로 분위기가 상당히 어둡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설립한 뒤 지방정부를 밀어준다는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