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ISMS·실명계좌 발급 불합리하다”(종합)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12 17:48 수정 2021-08-13 08:10

국회, 여야 공동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
ISMS 인증 요건 부과는 과도, “유예기간 동안 획득 못해”
은행권 거래소 실명계좌 보수적 접근 금융당국 스탠스 때문
자금세탁 방지 초점 맞춘 특금법 한계, 개정 및 신규법 필요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 생중계 화면 캡쳐.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 생중계 화면 캡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 유예기간이 불과 2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속 법률안 개정이나 신규 법안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특금법의 경우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춘 법이어서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으며 산업발전 역시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관점에서도 신고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기간이 유예기간 보다 오래 걸려 획득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실명계좌 역시 은행권의 자의적 관점으로 막아두는 만큼 법률 개정 혹은 신규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사업자에 ISMS 인증 요구 과도, 실명계좌 보수적 접근 ‘불합리’

12일 국회에서는 전재수,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가상자산 법제화 및 개선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현행 특금법 상 가상자산 사업자의 규정 및 신고 요건 등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금법의 경우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법률안인데 해당 법률에 가상자산 사업자를 명시, 규제하다보니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요건들이 포함됐다는 것.

지난 3월25일 시행된 특금법 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9월24일까지 금융당국에 신고를 해야만 한다. 신고 요건은 ISMS 인증 획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경우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들 가운데 ISMS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20여개, 인증 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15개사다. 실명계좌 발급을 받은 곳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들이지만 이들 마저도 재계약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특금법 상에서는 거래소 뿐 아니라 ‘가상자산 사업자’들 모두 ISMS을 받아야 신고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온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비거래소 업계에까지 ISMS 인증을 강요하는 것은 산업 발전 측면에 있어서 상당히 저해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업계에 다양한 업종이 존재하는데 거래소들에 필요한 ISMS 인증을 강제한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비거래소 분야는 특금법과 여러 측면에서 맞지 않다. ISMS 인증도 불필요하다. 사실 특금법 자체가 가상자산 업체에 라이선스를 주는 법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거래소 등 보안이 중요한 업체들엔 필요하지만 다른 가상자산 분야 업체는 꼭 필요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딜라이트 대표 역시 비 거래소 업계에 굳이 ISMS 인증을 신고 요건으로 부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조원희 대표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범위는 다양하다. 어떤 업종, 업체들은 전산 시스템이 없어도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영업 시 전혀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이상의 ISMS 인증을 요구한다. 특금법에서 말하는 요건을 모든 사업자가 갖춰야 하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거래소들이 특금법 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의 유예기간으·로는 ISMS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ISMS 신청 시 6~9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 기간을 맞춘 곳이 일부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 고객사들의 경우도 1년 정도 준비했지만 시간 내에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사업자는 없다”면서 “신고를 준비하는 업체들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노력하는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행권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안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도 쏟아졌다.

이준행 고팍스 대표는 “은행 입장에서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줬을 때 은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거래소에 계좌를 발급해줬다는 이유 만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발급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이사 역시 “(금융당국이)은행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극도의 보수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데 그 벽을 넘기 상당히 어렵다”면서 “현재 (가상자산 거래 등과 관련)모두 범법으로 취급하는 수준으로 보다보니 은행권에서 우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진단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발제자, 토론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들을 개진했다.

조진석 KODA 이사는 “현재 사업자들이 가장 어려운 것은 (부정적인) 인식의 문제다. 가상자산 수탁 사업만 해도 국내에서는 은행권이 별도로 출자해서 사업을 진행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은행들이 직접 하고 있다”면서 “관련 사업을 부정시 하고 범죄 악용 등 일부 일탈의 문제를 가지고 전체 산업군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지 않다 보니 투자도, 산업발전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 역시 “가상자산 사업이 도박이나 사행산업이라는 인식들이 많아 정상적인 기업들의 영업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그러다보니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글로벌 수준 대비 70%에 불과하다. 1년만에 10%p 낮아졌는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금법, ISMS·실명계좌 발급 불합리하다”(종합)
◇특금법 개정 외 신규 가상자산 법 제정 해야

이날 발제 및 토론자들은 현행 특금법 개정 뿐 아니라 신규 법률 제정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특금법의 경우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이 맞춰진 법인만큼 조항을 한정 짓는 등 개정하는 한편 산업발전 등을 위한 신규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특금법 개정안 등을 포함 총 12개의 가상자산, 블록체인 관련 법안이 발의됐거나 입법예고,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소위에 회부된 상태다. 이들 법안 가운데 절반인 6개가 신규법을 만드는 제정법안이며 나머지 6개가 특금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개정안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딜라이트 대표는 “특금법은 원칙적으로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들이 포함된 법이다. 가상자산의 개념 자체 역시 이 법 목적에 맞게 정의돼 있다”면서 “특금법이 가장 먼저 개정된 것은 FATF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기간이 제한돼 있어 진행된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금법은 특금법에 맞게 개정으로 한정 짓고 새로운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특금법과 산업법의 상호 보안을 통해 투자자 보호, 산업 육성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허준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정책기획팀장 역시 특금법 외에 기존 다른 법률안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발전이나 규제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팀장은 “자금세탁을 관할하는 특금법 만으로는 가상자산 업 발전 등 담아야할 다층 논의를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전자금융거래법, 자본시장법 개정 등 투트랙으로도 업권법 논의를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기자 k8silver@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