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신고 D-30]거래소 빅3 ‘안심 불가’…업계 ‘아비규환’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26 07:50 수정 2021-08-26 07:50

유예기간 종료 불과 30일 앞뒀지만 신고 거래소 고작 1개
실명계좌 연장 계약 업비트 1곳, 3대 거래소도 안심 못해
중소거래소는 더욱 ‘난감’, “은행,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다”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유예기간 종료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특금법 상 신고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실명계좌 발급을 모두 마치고 신고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에 불과하다. 빗썸, 코인원, 코빗 등 3대 거래소는 아직 신고 전이다. 이들 거래소는 실명계좌 재계약 여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4대 거래소들 외에 중소 거래소들의 입장은 더욱 난감하다. 실명계좌 발급은 기약이 없다. 은행권이 문 조차 열어주지 않는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ISMS 인증 획득은 최소 3~6개월 이상 소요된다.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30일을 앞두고 가상자산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은 내달 24일로 종료된다. 25일부터 미 신고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국내에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올해 3월 시행된 특금법 상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ISMS 인증을 획득해야만 한다. 거래소 사업자들의 경우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실명계좌가 없이도 신고할 수 있지만 원화거래가 아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간 거래만 가능하다.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법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들에 대한 신고, ISMS 인증 획득 등의 요건을 넣은 것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가상자산 관련 권고 영향이다.

FATF는 지난 2019년 가상자산과 관련해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규제 도입을 권고했다. 정부와 국회는 관련 내용을 포함시킨 특금법 개정안을 만들었고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올해 3월 시행됐다. 사업자 신고 기한은 시행 6개월인 내달 24일까지다. 올해 4월 기준 전세계 58개국이 FATF의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대상 규제를 도입한 상태다.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까지 불과 30일 앞둔 상황이지만 거래소들의 신고는 ‘지지부진’이다. 특히 특금법 상 신고 요건이 문제다.

정부가 25일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특금법 준비현황에 따르면 국내 63개 가상자산 사업자들 가운데 ISMS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21개사, 인증 심사가 진행 중인 곳은 18개사다.

이 중 실명계좌를 현재 운영 중인 곳은 4대 거래소다. 공식적으로 실명계좌 재계약을 맺은 곳은 업비트 단 한 곳이다. 업비트는 지난 20일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재계약을 맺고 같은날 금융정보분석원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했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은 업비트 신고와 관련 심사를 진행 중에 있다.

업비트 외에 3대 거래소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빗썸과 코인원의 경우 NH농협은행과의 마찰이 변수다. 농협은행은 이달 초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시스템 도입 전까지 거래소 간 가상자산의 입출금을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의 입출금 시 송수신인의 이름 및 지갑주소 등을 확인해야 하는 것으로 이 역시 FATF의 권고 사항에 있는 규제다. 올해 3월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은 내년 3월까지다. 의무 도입 7개월도 전인 이달 초부터 트래블룰을 이유로 거래소 간 가상자산 입출금 중단 요청을 한 것.

농협은행의 요청은 ‘요청’일 뿐 거래소가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빗썸과 코인원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는 농협은행의 요청은 일종의 압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실명계좌 연장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특금법 상 신고를 못한 빗썸과 코인원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요청이라는 비판이다.

4대 거래소 외에 중소 거래소들 입장은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라 하더라도 실명계좌 발급은 ‘오리무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은행권이 문 조차 열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ISMS 인증 획득 만으로도 신고가 가능하긴 하지만 원화 거래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이 떨어져 사실상 폐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지난 19일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에서 “현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하겠다는 은행은 전무한 상황이며 루머만 횡행하고 있다”면서 “금융위는 실명계좌 없어도 신고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가상자산 거래만 지원할 시)사업성이 없어서 폐업하라는 말과 다를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석진 플라이빗 대표 역시 25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의 가상자산 사업자 현장 간담회에서 “정부가 하라는대로 했는데 (실명계좌와 관련)공평한 기회 조차 못받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