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빅4 ‘生’ 중견 ‘死’…독과점 우려 확산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9-09 10:50 수정 2021-09-09 11:07

빗썸·코인원·코빗 실명계좌 확보, 금융당국 신고 임박
ISMS 획득 중견거래소 ‘전전긍긍’, 독과점 우려 ‘확산’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국내 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개사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원화거래 요건인 실명계좌를 확보했다. 지난달 금융당국에 신고한 업비트 외에 3개사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특금법 신고 9부 능선을 넘었다.

업계에서는 4대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투자 열풍 당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운영을 해왔던 만큼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평가다. 실명계좌 발급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견 거래소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4대 거래소 쏠림, 독과점 우려들도 나오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은 8일 NH농협은행과 코빗은 신한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관련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특금법 상 필수 신고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이다. 유예기간 종료일은 24일이다. 유예기간 종료 이후 원화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권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고 금융당국에 신고 시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당초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과 트래블룰과 관련해 마찰을 빚었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의 입출금 시 송수신인의 이름 및 지갑주소 등을 확인해야 하는 제도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초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 입금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빗썸과 코인원 측은 모두 트래블룰과 관련해 NH농협은행과 합의점을 찾았고 고객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인서를 발급받은 이들 3개사는 특금법 상 원화거래에 필요한 필수요건을 모두 갖추게 됐다. 이들 3개사는 특금법 신고 유예기간 종료가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금융당국에 신고한다는 방침이다.

거래량 기준 국내 1위 사업자인 업비트는 지난달 20일 케이뱅크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확인서를 발급받아 금융당국에 특금법 상 사업자 신고를 진행한 바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4대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은 이미 예고돼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4대 거래소가 이미 첫 번째 가상자상 투자 열풍이 불던 2017~2018년부터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고 은행권과 협력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실명계좌를 확보한만큼 사실상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이후에도 이들 4대 거래소의 생존이 보장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은행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매출 증대에도 기여했던 만큼 이전부터 4대 거래소만 실명계좌를 발급받아 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견 거래소들의 문은 여전히 닫혀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ISMS 인증을 획득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4대 거래소를 포함해 총 21개사다. 필수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 받은 가상자산 사업자는 4대 거래소 외에 단 한 곳도 없다. 중견 거래소들은 이구동성으로 은행들이 문 조차 열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4대 거래소 독과점 우려를 피력하고 있다. 정부도 가상자산 거래소 4곳만 허용할 경우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비트의 경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 압도적 1위다. 노웅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거래량 기준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8.25%에 달한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대 거래소의 전체 점유율은 97.45%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7일 기자회견에서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불과하다.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실명계좌 여부”라고 지적했다.

김성아 한빗코 공동대표 역시 “가상자산 업계 사이즈는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구조로 가고 있다”면서 “공정하게 모든 사업자를 대우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