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CBDC 노리는 中, 가상자산 규제의 역사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9-27 16:32 수정 2021-09-27 16:32

2017년부터 가상자산 규제, 거래소 때리기부터 ICO 금지
규제에 비트코인 시세 널뛰기, 지난 5월 채굴도 전면 차단
디지털위안화 패권 장악 속내…상용화 전 가상자산 통제 의도

[스페셜리포트]CBDC 노리는 中, 가상자산 규제의 역사
중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전면 금지 조치에 나섰다. 가상자산 유통과 채굴을 모두 불법으로 원천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 중국 발 악재에 가상자산 시세는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는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화폐(CBDC)를 상용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을 살펴봤다.

◇2017년부터 규제, ICO 열풍에 ‘찬물’

중국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1월부터다. 가상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살아나던 당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인 것.

해당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자 당시 1154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시세는 777달러까지 떨어지며 중국발 규제 리스크가 처음으로 시장에 반영됐다.

같은해 2월에는 인민은행이 9개 소규모 비트코인 거래소들에게 금융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거래소를 폐쇄시키겠다는 강도 높은 단속 입장을 내비추기도 했다.

2017년 5월 중국 및 전세계에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가 벌어진다. 워너크라이 랜섬웨어는 감염된 컴퓨터들의 내부 파일들을 암호화시키며 파일 몸값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한다.

중국의 경우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사태로 각종 공기관은 물론 ATM기기들까지 감염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몸값으로 요구했던 비트코인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고 중국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거래 등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다.

중국 정부의 잇단 규제 압박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호재를 노리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사례들이 점차 확산됐다. 특히 당시 블록체인, 가상자산 열풍 속 중국 시장 내에서도 ICO를 진행하는 중국산 알트코인들도 생겨나면서 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이를 반영하듯 비트코인 시세는 지속 상승세를 거듭하며 2017년 9월1일 4892달러까지 치솟는다. 그해 1월1일 비트코인 시세가 998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약 4.9배 폭등한 것.

가상자산 투자 열풍을 묵과하기 어려웠던 중국 정부는 2017년 9월 초 자국 시장 내에서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중국 내 가장 오래된 가상자산 거래소인 BTC차이나가 업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다. BTC차이나는 업무중단과 관련 “ICO를 금지한 중국 당국의 금융위험 예방 노력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ICO 전면 금지, BTC차이나의 업무중단 소식에 9월1일 4892달러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시세는 급락, 3882달러까지 떨어졌다.

중국 금융당국이 잇달아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중국 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만을 부추겼다. 중국 시장 내에서 거래소가 아닌 개인간 가상자산 거래가 사행화되는 역효과가 발생하며 투자자들이 몰렸다.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상자산 열풍이 불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천정부지처럼 치솟는다.

지난 2018년 1월에는 개인간 거래 단속 조치 입장을 밝힌다. 2018년 1월 중국 인민은행은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거래에 대한 규제 지속, 지갑 및 채굴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 입장을 밝힌다.

중국의 개인 간 거래 단속 입장 발표는 당시 가상자산 투자 광풍이 불던 한국에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발언과 맞물려 글로벌 투자 열풍이 급격히 시들게 만드는 단초가 됐고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자산 시세는 급락한다.

2018년 1월 초 1만7527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같은해 2월 6955달러까지 추락, 60%가 넘게 급락한다. 중국과 한국 외에 글로벌 국가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압박이 진행되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그해 말까지 좀처럼 상승하지 못한다.

2019년 상반기 미중 무역 갈등 속 비트코인이 서서히 안전자산으로 새롭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시점 중국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업구조조정 지도목록에 채굴산업을 도태산업으로 지정하는 등 규제 압박을 지속했다.

그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록체인 기술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자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40% 이상 폭등, 1만3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곧바로 중국 금융당국이 거래소와 투자 업체 등 관련 기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11월 말 6500달러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지난해에는 10월 중국은 CBDC 도입을 위한 인민은행법 개정안 공개 당시 민간의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규제하겠다는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

◇올해 가상자산 채굴-유통 전면금지, CBDC 사전작업

올해에는 가상자산 채굴 및 거래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에 착수한다. 지난 5월 중순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등 3개 협회는 공동 공고문을 통해 “가상자산은 화폐가 아니며 사용될 수도 사용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같은달 중국 국무원 금융안전발전위원회는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에 대한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이를 타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가상자산 채굴 및 거래를 금지해왔지만 지방에 따라 채굴업체를 인터넷데이터센터 등으로 인정, 사실상 허용해왔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첫 채굴 금지 방침을 천명하자 중국 내 채굴업체들이 잇달아 사업을 철수했다.

중국의 강도 높은 규제에 지난 5월 초 5만8803달러 수준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같은 달 3만4616달러를 기록, 41% 가량 폭락했다.

최근에도 중국 발 악재가 가상자산 시장을 흔들었다.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4일 통지문을 통해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관련 업무활동 역시 불법 금융활동이라고 명시했다.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간 교환 역시 법에 따라 엄격히 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췄다. 사실상 중국 시장 내 가상자산 거래, 유통의 전면 금지 조치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당일 비트코인 시세는 9% 이상 폭락하며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중국이 지난 2017년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잇달아 내놓은 것은 우선 자국 자산의 해외 이동을 막기 위한 행보였다.

지난 2016년 기준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될 정도로 중국 시장 내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있던 상황이었다. 고액 자산가들의 탈세,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각광 받으면서 수요가 높아졌고 덩달아 시세 역시 점차 높아지는 추세였다.

2017년 초에는 국내 자본 이동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면 최근 전면 금지 조치 등은 CBDC 도입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각광받고 있던 상황 속 일찌감치 CBDC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작업들에 나섰다. 2017년 초 시험용 CBDC를 제작해 일부 국유 은행들과 송금과 결제 등 CBDC 유통에 필요한 실험을 진행했으며 공급을 규제하는 모델들도 일찌감치 설계했다.

CBDC 도입을 준비하고 있던 중국이 먼저 가상자산들의 유통, 채굴들에 대해 규제를 진행, CBDC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거래되던 가상자산들을 틀어막으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중국이 내년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CBDC를 상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내에서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된 상황 속 CBDC를 도입, 블록체인 선진국이라는 이미지 각인, 미국과의 화폐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