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에서 비트코인캐시 창시자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10-07 13:37 수정 2021-10-07 13:37

투자 매니저에서 비트코인 첫 중국어 번역자로
비트메인 창시 후 ‘중국의 채굴왕’ 불리기까지

[블록체人]우지한, 비트메인 대표에서 비트코인캐시 창시자로
중국의 가상자산 채굴 산업을 이끈 기업으로 비트코인캐시 창시자인 우지한이 경영 중인 마이닝풀 비트메인을 꼽을 수 있다. 우지한은 칩을 판매하던 기존 채굴 기업들과 달리 채굴기 완제품을 생산하고, 연산 속도를 높이는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중국을 한때 가상자산 채굴 초강대국의 자리에 앉혔다.

‘중국의 채굴왕’으로도 불리는 우지한은 2005년 베이징대학에 입학해 기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달리 컴퓨터공학이 아닌 경제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했다. 2009년 졸업한 우지한은 2010년 베이징에 위치한 사모펀드 등에서 투자 매니저로 경력을 쌓기 시작해 2013년까지 근무했다.

투자 매니저로 일하는 동안 우지한은 가상자산 업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1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를 처음으로 중국어로 번역한 그는 가지고 있던 투자 자금을 모두 들여 약 2만개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개당 1달러로 사들였다. 2012년 우지한은 비트코인 투자 수익금으로 가상자산 채굴기 기업인 에이식마이너에 투자자로 참여했고, 중국 기반 비트코인 미디어 바비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며 중국 내 가상자산 채굴 업계에서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투자매니저 업무를 그만둔 우지한은 같은 해 5월 청화대학교 정부기술연구원과 북경과학기술연구개발부 총감 등을 맡았던 잔커퇀과 함께 채굴 기업 비트메인을 공동 창업했다. 당시 우지한은 경영 등을 맡고 잔커퇀은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비트메인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채굴기를 판매하면서 중국 내몽골 자치구 오르도스에 가상자산 채굴장을 운영했다. 비트메인은 이후 중국 윈난성 산악 지방과 신장 자치구 등으로 채굴 사업을 넓혔다.

이들의 초창기 지분은 우지한 20.25%, 잔커퇀 36.58%였다고 전해진다. 우지한이 잔커퇀에게 동업을 제안할 때 에이식 채굴기 개발 성공 시 기업 지분의 60%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에이식 채굴기란 기존 GPU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주문 제작 반도체를 도입한 가상자산 채굴 장치를 말한다. 비트메인은 2013년 에이식 채굴기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듬해 위기가 닥쳤다. 당시 글로벌 1위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채굴 수요자가 급감하면서 비트메인의 매출은 함께 줄어들었고, 많은 채굴 기업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2015년 비트코인 가격이 함께 상승하면서 비트메인은 전력 소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춘 채굴기 ‘앤트마이너 S5’를 개발했고, 다시 채굴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비트메인의 채굴기를 찾게 됐다. 당시 비트메인은 채굴기 1대를 통해 50%에 달하는 이익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비트메인의 사업 성공과 함께 우지한은 비티씨닷컴, 해시네스트 등 자회사를 열고 비아비티씨 투자 등을 진행했다. 이후 비트메인은 글로벌 채굴 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마이닝 전문 기업으로 떠올랐다. 한편에선 후발주자인 비트메인의 성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지만, 채굴기 전용 칩을 개발하던 기존 마이닝 기업과 달리 TSMC의 칩을 바탕으로 채굴기 완제품을 판매하면서 새롭게 시장을 개척하면서 경쟁력을 갖췄다. 2015년 우지한은 채굴 효율을 최대 30%까지 올리는 에이식부스트 기술을 특허내는 등 기술 개발의 약점을 보완했다.

2018년 우지한은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한 하드포크 코인 비트코인캐시를 창시했다. 비트코인은 블록당 1MB에 불과한 적은 블록 용량으로 확장성이 현저히 낮았고,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거래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치명적인 단점을 지녔다. 우지한은 비트메인과 비아비티씨 등 채굴기업을 바탕으로 블록 크기를 8MB로 대폭 늘린 비트코인캐시를 2017년 8월 하드포크를 통해 만들었다. 하드포크란 기존의 블록체인 메인넷과 연동되지 않는 업데이트 방식으로, 기존 메인넷을 단순 업데이트하는 소프트포크와 달리 아예 새로운 가상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비트코인 역시 블록 저장 용량을 4배 정도 높이는 세그윗 방식을 도입하려 했지만, 세그윗 과정에서 채굴 방식이 바뀔 경우 비트메인을 비롯한 기존 채굴 기업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어 채굴 업계는 이에 반대했다. 비트코인 개발자들과 채굴 업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높아지며 결국 이들은 비트코인을 세그윗하는 대신 비트코인캐시를 하드포크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비트코인캐시는 기존 비트코인 보유자들에게 일정 비율에 맞춰 지급됐다.

비트메인은 현재 채굴기 전용 반도체 개발을 바탕으로 누적한 기술력으로 인공지능 칩 반도체 분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내 보안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CCTV가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해당 영상을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이다. 2017년 세계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반도체 소폰 BM 1680을 공개한 비트메인은 과거 채굴 시장을 공략했듯 보안 전문 반도체 업계라는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당시 우지한은 비트메인의 매출 중 40% 이상을 인공지능 반도체로 창출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비트메인은 중국 내 가상자산 규제로 새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 내 채굴 금지에 이어 가상자산 금지 정책이 발표되며 중국 내 사업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가상자산 업계에선 비트메인이 중국 내 채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왔다. 우지한은 아직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지만, 추후 해외 수출 강화에 더해 인공지능 칩 개발 집중으로 주요 사업을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