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애널의 시각]NFT, 스마트계약의 활용과 한계②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7-17 15:07 수정 2022-07-17 15:07

[이슈 Spotlight]

5. 예술작품NFT: 스마트계약 확장성의 예외
◇예술작품 NFT에 대한 대중의 반감=예술작품 NFT는 타 영역의 NFT와 달리 가치에 대한 대중의 동감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다. 아트 NFT의 판매량 비중은 전체 NFT의 3%에 불과하며 높은 가격에 반감을 가지는 대중이 적지 않다. 마리킴의 라는 NFT가 6억에 낙찰되고, 실물 작품이 131억 9000만원에 낙찰된 <우주>NFT작품은 2억 9000만원에 낙찰됐다.

◇예술작품에서 NFT는 감가요인일 수 있어=그러나 예술작품NFT의 평균 가격이 낮은 이유는 NFT가 가지는 스마트계약을 통한 확장성이라는 특징이 감가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1분기 기준으로 예술작품 NFT의 평균 가격은 $2,661이고 1월부터 5월 20일까지 경매회사를 통해 팔린 예술작품의 평균 가격은 $48,670이다. 예술작품 NFT는 기존 예술작품을 NFT화 하면 스마트계약에 누구나 접근 가능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훼손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예술 작품에서 스마트계약의 역할은 프로비넌스(provenance)가 대신했다.

◇스마트계약=완전한 프로비넌스=프로비넌스(provenance)란 작가의 작업실에서부터 지금 현재의 소장자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이력을 추적한 것을 뜻한다. NFT는 완벽한 프로비넌스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미술작품에서 프로비넌스는 거래 영수증 및 전시 카탈로그 등의 문서, 과거 가치평가 관련 서류, 작가의 인증 등을 포함한다. NFT와 비교하면 기존 미술작품의 프로비넌스는 허점이 많기 때문에 위작 시비가 끊임없이 생긴다.
흥국증권 투자전략팀
흥국증권 투자전략팀
6. 예술에서 프로비넌스(스마트계약)의 손상 사례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을 진품이라고 판단하는 프로비넌스는 세 종류인데, 1) 권위있는 경매 회사나 갤러리의 유통기록, 2) 작가의 진품이 맞다는 인정, 3) 전문가의 감정이다.

◇권위있는 경매 회사나 갤러리의 유통기록=첫번째 프로비넌스 손상 사례는 위작 작가 존 마이어트와 사기꾼 드루에의 사례다. 존 마이어트는 모딜리아니, 샤갈, 마티스 같은 근대 미술 작가들의 위작을 그렸다. 드루에는 교수라는 가짜 신분을 이용해 아카이브에 위작을 끼워넣고 가짜 판매영수증을 만들고 소장 내력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프로비넌스를 완벽하게 위조했다. 프로비넌스가 완벽했던 마이어트의 위작은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 등의 경매회사와 테이트갤러리의 현대미술연구소와 같은 주요한 연구기관에 팔렸다.

◇작가의 진품이 맞다는 인정=두 번째 프로비넌스 손상에 해당하는 경우는 이우환 작가의 사례다. 홍콩 서울옥션 경매에 위작이 판매됐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위작이라고 결론냈다. 그럼에도 이우환 작가는 그림 13점에 대해 진품이 맞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의 감정=세번째는 천경자 작가의 사례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미인도를 천경자 작가가 위조라고 선언한 사건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화랑협회에 의뢰해 진행한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검찰의 증거에 진품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프로비넌스 손상에도=위의 세 사례는 불완전한 프로비넌스가 기존 작품 가격과 신뢰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례에 해당한다. 마이어트의 사례에도 위작의 피해자인 원본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이후에도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형성했다. 모딜리아니는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162만 달러에 낙찰되며 전세계 역대 5위 판매가를 기록했다. 이우환 작가는 2021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동풍'작품이 31억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 낙찰가를 경신했다. 천경자 작가의 작품도 2018년 케이옥션 경매에서 '초원2'작품이 20억원에 낙찰되며 작가 최고 낙찰가를 경신했다.

마찬가지로 프로비넌스를 도용당한 옥션 회사의 지위도 떨어지지 않았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옥션 경매 실적은 95년에 마이어트가 검거된 이후에도 견조했다. 21년 기준 예술품 경매시장에서 크리스티42.5%, 소더비 40.9%으로 글로벌 M/S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7. 불완전한 프로비넌스의 가치
◇불완전한 프로비넌스=희소성=NFT 자체는 희소할 수 있더라도 오히려 프로비넌스는 희소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 예술의 프로비넌스는 대중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예술의 역사뿐 아니라 예술 산업의 구조를 파악해야 하는 전문가와 권위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NFT의 프로비넌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누구나 진위를 판별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술의 가치는 '희소성'으로 결정된다. 예술작품은 희소성을 가진 대표적인 재화다. 공급은 유일하기 때문에 수요가 모든 가격의 상방을 결정한다. 예술작품의 가격이 작품자체와 프로비넌스로 구성된다고 할 때, 희소한 작품과 희소한 프로비넌스의 결합되어야 진정으로 희소성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불완전한 프로비넌스'가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유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NFT로 인한 희소성 훼손=예술작품의 NFT화는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쉽게 한다는 점에서 희소성을 훼손한다고 볼 수 있다. 남이 접근하지 못하는 취향에 대해 더 큰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이는 예술 작품의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이론으로 스노브 효과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많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그 재화의 소비를 중단하거나 줄이는 소비 형태다.
흥국증권 투자전략팀
흥국증권 투자전략팀
8. 예술작품NFT, 스마트계약에 대한 대중의 합의 필요
◇아트 NFT에 대한 대중의 의문 해소 필요NFT의 특징인 확장성이 예술작품NFT의 가치 하락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소수만이 예술작품 NFT의 예술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예술작품NFT의 예술성이 대중에게 인정받는다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NFT의 수요는 대부분 리세일을 통한 차익 기대와 사용가치에 의해 견인됐다. 그러나 초기 붐이 진정되고 진정한 수요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예술작품NFT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중이 예술작품NFT에 대한 예술성을 인정한다면 폭발적인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작품 NFT에 대한 대중의 외면은 시간차를 두고 해결될 전망이다. 현대미술은 여러 작가의 시도를 통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넒어졌다. 대표적인 예시로 뒤샹의 <샘> 이라는 작품은 출품 당시에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샘>은 기성품 변기에 작가가 서명을 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예술이 작가의 손을 거치는 착장이라는 제한을 깨뜨렸다. 이후 예술이란 무엇을 적극적 으로 '제시'하고 발언하는 존재로 확장됐다.

◇스마트계약을 단지 프로비넌스라는 수단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 평가받을 여지 있어=NFT의 스마트계약이라는 요소가 예술작품 NFT에서 프로비넌스라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작품으로 평가받을 여지도 있다. 앞서 말한 뒤샹의 샘은 예술가의 서명을 통해 일상적인 물체가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갔다는 점을 나타냈다. 이러한 점에서 NFT의 스마트 계약 또한 프로비넌스에 머물지 않고 작가의 서명처럼 예술의 영역이 온라인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나타내는 작품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