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디지털자산 ‘금지→허용’…정책 급전환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07-24 15:25 수정 2020-07-24 15:25

미국, 은행 내 디지털자산 수탁 서비스 허용
러시아, 디지털자산 유통 허가…결제는 금지
업계 “중국 CBDC와 리브라 발행 준비 영향”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사진=도널드 트럼프 공식 페이스북 계정
올해 초 디지털자산 발행을 금지하겠다던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디지털자산의 은행 서비스와 유통을 허락하기로 했다. 리브라 발행과 중국의 적극적인 CBDC 발행 준비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디지털자산의 거래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DFA법)을 통과시켰다. DFA법을 통해 러시아에선 스테이블 코인 발행도 가능해졌다. 단 디지털자산을 통한 결제는 허용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추후 러시아 내에서 거래가 가능한 코인과 불가능한 코인을 분류하고, 자국 내 디지털자산 발행과 거래소 운영 등을 관리할 계획이다. DFA법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DFA법 통과는 디지털자산 유통을 금지해온 기존 러시아 정책과 상반되는 행보다. 러시아 중앙은행과 연방 보안국은 올해 3월 디지털자산의 발행과 유통을 금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알렉세이 구즈노브 러시아 중앙은행 법무 담당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자산 발행·유통 합법화는 금융 시스템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역시 디지털자산에 대한 정책을 전환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연방은행과 연방저축협회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디지털자산 개인 키 보관 업무를 기존 수탁 서비스의 일종으로 본 것이다.

통화감독청은 은행이 디지털자산 개인 키 보관을 넘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은행이 디지털자산 관리까지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씨티은행 등에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통화감독청의 발표 역시 그동안 미국이 고수해오던 디지털자산의 입장과 상반된다. 도널드 트럼프는 테러 단체 자금 유입 등을 우려해 디지털자산 유통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올해 2월엔 디지털자산을 적극 규제하겠다는 2021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정책 기조 전환은 중국의 적극적인 CBDC 발행 준비와 리브라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5월부터 선전·슝안신구·청두·쑤저우 등 4개 도시에서 CBDC 상용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슝안신도시는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서점, 영화관, 호텔 등에서 CBDC 기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일엔 중국의 우버 격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이 CBDC 상용 테스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CBDC 사용 가능처를 늘리고 문제점을 보완해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맞춰 CBDC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페이스북 등 거대기업이 참여한 디지털자산 발행 프로젝트 ‘리브라’ 역시 여러 금융당국의 우려 속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디지털자산 업계 관계자는 “초창기 리브라 회원사의 대부분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며 “다국적 기업들이 상용화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미국 달러 체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통화감독청은 이번 수탁 서비스를 허용하면서 “금융시장 역시 디지털화되고 있어 이용자들의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선 기술 혁신 등이 필요하다”며 “은행이 전통적으로 제공해온 결제, 대출, 예금 서비스 등을 계속 이어가려면 이 같은 선택을 해야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