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증권 판매’ 규제받은 리플…ICO 논쟁에 본사 영국 이전 거론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0-10-27 07:43 수정 2020-10-27 07:43

미등록증권 판매 논란으로 IPO 가능성 막힌 리플
XRP 디지털자산 긍정적인 영국 등으로 이전 계획
“투자자 도의적 책임 져버리는 것 아니냐” 비판도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사진=유튜브 채널 Leonidas XRParcade 캡처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사진=유튜브 채널 Leonidas XRParcade 캡처
미등록증권판매 논란으로 미국 금융당국과 갈등을 겪어온 리플이 미국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해당 논란으로 기업 공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거처를 옮겨 규제 압박을 벗어나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투자자들과의 도의적 책임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으로 리플 본사를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금융당국의 규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영국으로 거처를 옮길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리플은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 ODL을 제공하는 회사다. 기업이나 국가 간 송금을 할 때 수수료 등을 낮춰주는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리플은 동명의 디지털자산 리플(XRP)을 발행‧운영 중이다.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하지만 2018년 리플은 한 XRP 투자자가 ‘리플 측이 미등록증권 판매를 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에 휘말렸다.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가 갖춰지지 않아 XRP에 대한 법적 지위를 어떻게 볼지를 두고 분쟁이 생긴 것이다.

해당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리플은 올해 초에도 기업 공개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미등록증권판매 논란을 해결하기 전까진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받았다.

비슷한 사례로 텔레그램의 디지털자산 그램(Gram)을 들 수 있다. 텔레그램은 그램 출시를 본격 준비했지만, 올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과거 텔레그램의 ICO를 미등록증권판매로 분류하면서 법적 제재를 받게 됐다. 결국 텔레그램은 올해 5월 그램 출시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갈링하우스 대표는 지난달 런던을 방문했다. 이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 금융행위청(FCA)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규제 당국이 XRP를 보안 시스템의 일환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한 것이다.

갈링하우스는 FCA의 정책이 “XRP를 보안 시스템이 아닌 통화로 활용될 수 있다고 명확히 분류하고 있다”며 “이 같은 명확한 기준이 있었다면 리플의 미국 내 활동 역시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플은 스위스, 싱가폴, 일본 등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리플의 본사 이전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제이크 체르빈스키 컴파운드 법률고문은 리플의 본사 이전 계획에 대해 “리플은 미국 투자자들을 통해 많은 사업 자금을 모았다”며 “이 점에서 리플이 미국을 떠날 수 있다는 데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미국을 떠나는 것이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플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리플의 기업적 성장 가능성을 보고 XRP를 샀을 것”이라며 “이미 IPO 계획으로 XRP를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데, 외국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이 도의적으로 올바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