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노믹스③]각국 ‘공공의 적’ 떠올랐지만…CBDC 논의 ‘시발점’ 평가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4-08 07:27 수정 2021-05-10 13:44

디엠 백서 공개 후 美·EU 등 글로벌 주요 국가 일제히 비판
화폐처럼 활용 가능, 규제 사각지대…금융시스템 붕괴 우려
페이팔·보다폰 탈퇴, 잇단 압박에 단일코인 개발 계획 철회
디엠 백서 공개 후 CBDC 도입 논의 본격화…촉매제 평가

[디엠노믹스③]각국 ‘공공의 적’ 떠올랐지만…CBDC 논의 ‘시발점’ 평가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디엠(구 리브라)은 화폐에 기반한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로 글로벌 금융, 화폐 시스템의 붕괴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각국 정부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규제 압박 속 디엠 협회사들의 탈퇴 러쉬도 잇달았다.

하지만 디엠 출범으로 인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디지털화폐(CBDC) 논의를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디엠이 백서를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도 디엠이 글로벌 중앙은행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추며 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6월 자사가 주도하는 디엠(당시 리브라) 백서를 공개하며 스테이블 코인 개발을 공식화했다.

디엠 프로젝트는 개인 송금 기능에 주목, 통화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바스켓을 만들어 수수료 없이도 개인과 개인 간 송금과 결제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해당 프로젝트에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금융업체들과 더불어 우버, 이베이, 스포티파이 등의 글로벌 IT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백서 공개 직후부터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 주도로 각국 중앙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였다. 특히 이와 관련한 규제가 없이 디엠이 출시될 경우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들도 잇달았다.

글로벌 28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페이스북을 필두로, 비자, 마스터카드, 우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 파괴력이 막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 사실상 화폐처럼 활용될 수 있는 디엠을 출시할 시 규제 각국 통화 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들도 제기돼 왔다.

기축통화 달러 발행국인 미국에서는 디엠 백서 공개 이후 자금세탁, 테러자금 조달 등의 우려가 있다며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적용 의사를 내비추는가 하면 디엠 백서가 공개된 2019년 하반기 이와 관련한 청문회도 진행되기도 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디엠이 주권 통화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고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G7이 나서서 디엠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문제를 규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 역시 백서 발행 2달 만인 2019년 8월 디엠에 대해 G7의 엄격한 규제에 직면할 것이며 자금세탁방지, 테러자금 조달 방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규제, 압박이 이어지며 회원사들이 탈퇴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글로벌 전자결제 사업자인 페이팔은 디엠 백서 당시 회원사에 이름을 올렸지만 백서 공개 4달 만인 2019년 10월 협회를 탈퇴했으며 글로벌 통신사인 보다폰 역시 2020년 1월 디엠협회를 떠났다.

디엠협회는 각국 정부들의 잇단 우려, 압박이 이어지자 지난해 6월 백서를 수정, 글로벌 단일 스테이블 코인 개발 계획을 포기하고 각국 화폐와 일대일로 연동되는 여러 스테이블 코인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다. 자금세탁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 역시 준수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디엠은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견제와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 속 아이러니하게도 금융당국들에 CBDC 도입 논의를 촉발시킨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경우도 디엠 백서가 공개된 이후부터 CBDC 연구 및 개발에 매진, 현재까지 다양한 테스트들을 진행하며 CBDC 선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CBDC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엠 쇼크 이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CBDC 도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한국의 중앙은행 한국은행 역시 CBDC와 관련한 파일럿 테스트를 예고하고 있다.

이홍규 언체인 대표는 지난해 한 컨퍼런스에서 “(디엠 백서 공개는)빅테크 분야 20억명 이상의 유저를 가진 서비스가 중앙은행을 뛰어넘어 통화를 발행, (자신들이)중앙은행의 역할을 하겠다는 발표였다”면서 “중앙은행들은 이를 위험한 신호로 인식, 시급히 블록체인 등을 공부, CBDC 발행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CBDC 발행 계획이 없다는 국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국, 일본, 대만, 태국, EU 등도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디엠이 CBDC 도입 논의를 촉발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