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와 투기사이①]불붙은 韓시장, 거래량‧투자자 ‘역대급’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4-26 17:05 수정 2021-05-10 13:39

도지코인·아로와나 등 가상자산 투자 열풍
실명확인 계좌 수 전년 말기 대비 두배↑
韓 거래량 10% 이상, 업비트 글로벌 2위

[가상자산 투자와 투기사이①]불붙은 韓시장, 거래량‧투자자 ‘역대급’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가상자산들이 등장하며 투기 성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서 가상자산 ‘아로와나’의 가격이 상장가 50원에서 3만1000원대로 폭등했다. 아로와나 토큰은 싱가포르 아로와나테크가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한글과컴퓨터그룹의 블록체인 계열사 ‘한컴위드’ 등이 금거래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지분을 투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아로와나는 상장한지 30분만에 5만3000원대로 가격이 급등했다. 10만7500%가 오른 셈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당시 투자자들이 단순히 가격 상승을 이유로 당시 아로와나 투자에 참여했을 뿐, 실제로 아로와나에 대한 관심은 크게 없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백서 등을 읽지 않고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며 “아로와나의 경우 상장한지 30분만에 가격에 10만% 가까이 올랐는데 그 사이 모든 투자자들이 백서 등을 읽고 프로젝트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으리라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도지코인도 상승률은 뒤쳐지지만 비슷한 케이스다. 도지코인의 경우 지난 2013년 개발자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디지털자산 투기 광풍을 비판하기 위해 장난처럼 만든 가상자산이다. 당시 인기 있었던 ‘시바견’ 밈을 이미지로 삽입하고, 해당 밈을 의미하는 ‘도지’를 이름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초엔 공매도 세력에 저항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게임스탑 운동’이 가상자산 업계에 퍼지며, 도지코인의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달을 향해 짖는 도지’라는 짧은 글을 자신의 트윗에 올리자 도지코인의 가격이 전날 대비 2배 이상 급등, 17일 오전 기준 460원대에 거래됐다. 업비트 17일 기준 하루 거래량만 17조원을 넘어서며 하루 코스피 거래대금 보다 많았다.

아로와나와 도지코인 가격 상승과 함께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이 짙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 내 비트코인 가격은 코인마켓캡 등 글로벌 가격 대비 10% 정도 비싼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김치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국가간 시세차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27일 기준 업비트 내 비트코인 가격은 6279만원으로 코인마켓캡 내 가격(5860만원) 대비 7% 정도 높다.

국내 주요 거래소 내에 개설된 실명확인 계좌 수 역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에 개설된 실명확인 계좌는 약 250만개로 2020년 말 133만개 대비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계좌 뿐 아니라 거래량 역시 역대급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과 코빗 등 국내 4대 거래소의 26일 기준 24시간 거래량은 총 193억3121만달러로 글로벌 전체 거래량 대비 11.7%에 달한다.

거래량 기준 국내 1위 사업자로 안착한 업비트의 점유율은 9.59%로 바이낸스에 이어 글로벌 2위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시가총액 64조원이 넘어서는 코인베이스와 비교해 약 4배 이상 거래량이 많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정부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일단 6월 말까지 범정부 차원의 가상자산 불법행위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가상자산의 가치는 누구도 담보할 수 없고, 거래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성이 매우 높은 거래이므로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