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와 투기사이②]‘코린이’ 대거 유입…묻지마 투자도 ‘활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4-28 07:20 수정 2021-05-20 09:44

2030 가상자산 투자 열풍, 상승장에 대거 유입
1분기 신규 투자자만 250만, 64%가 2030세대
프로젝트 확인도 안한 채 ‘묻지마 투자’도 활발
월급으로 집못사는 2030, 가상자산 투자 주목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가상자산(암호화폐) 랠리에 코인에 처음 투자하는 일명 ‘코린이(코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1분기 실명확인 계좌가 개설된 국내 4대 거래소 신규 가입자수만 250만명, 3월 한달에만 130만명이 늘었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 속 ‘묻지마 투자’도 활발하다. 이름만 보고 코인을 구매하는 ‘코린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등락 반복하는 가상자산 시장에 소액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월급으로 집 못산다는 비관론에 20~30세대들이 가상자산 재테크에 주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처음 투자하는 일명 ‘코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는 가상자산 칠리즈와 플레이댑에 소액을 투자했다. 투자 이유는 단순했다. 단지 ‘이름’이 이뻐 보여서였다. ‘소액인만큼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이 단순 투자에 힘을 보탰다. ‘한탕’을 노리기보단 공부 차원으로 시작했다. 투자 이후 플레이댑은 40%, 칠리즈는 30% 하락해 손절했다. 그는 아직 가상자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가상자산 종류가 많아 어느 곳에 투자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주식에서 가상자산 투자로 넘어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수년전부터 주식 투자를 진행해 한달 수백만원 가량 돈을 벌고 있던 30대 B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을 공부하고 투자를 진행했다. 그는 가상자산 역시 주식과 같은 시세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B씨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알트코인 위주로 가상자산 단타 투자를 진행했지만 주식과 다른 시세 등락에 4000만원의 손해를 봤다. B씨는 “사실상 도박판”이라며 가상자산 투자를 중단했지만 최근 하락장에 일명 ‘줍줍’ 여부를 두고 저울 중이다.

30대 직장인 C씨는 안전한 가상자산을 찾아 투자한 케이스다. 잇달아 들려오는 가상자산 투자 열풍, 상승장 소식에 이달 초 이더리움 4개를 각 280만원대에 매입했다. 안전자산 외에 메디블록도 약 300원대에 1650여개 가량을 매입, 총 1170만원 가량을 들였다.

C씨는 당초 단타 매매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려볼까 했지만 미국 바이든 정부의 세금 부과 방안,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에 폭락장이 이어지자 1년 이상 장기 보유로 마음을 바꿨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폭증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4대 거래소의 실명확인 계좌수는 133만6425개에서 지난 2월 말 250만1769개로 116만5344개가 늘었다.

26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4대 거래소의 신규 가입자는 250만명에 달한다. 김병욱, 권은희 의원실 측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가상자산 상승장이 이어지던 지난달 신규 가입자만 134만명에 달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30세대의 투자 열풍이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거래소 신규 가입자 중 20대가 32.7%, 30대가 30.8%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3.5%에 달한다.

20~30세대의 가상자산 투자 열풍 이면에는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비관론이 자리잡고 있다. 투자 등을 통해 큰 돈을 벌지 않고서는 집 조차 마련할 수 없다는 비관론에 일찌감치 부터 주식, 가상자산 등에 뛰어들어 큰돈을 벌려 하는 것이다.

한 20대 투자자는 “주변을 보면 공부할 시간, 업무에 쏟을 시간에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관심을 보이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업무로 돈을 버는 것 보다 가상자산을 통해 벌 수 있는 돈이 크다보니 공부, 업무 등에 소홀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다른 한 30대 투자자는 “월급을 악착같이 모아봐야 집 한 채 사기도 어렵지 않나”라며 “큰 돈은 바라지 않더라도 일정수준이라도 벌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30세대의 ‘묻지마 투자’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들도 나온다. 한 30대 투자자는 “현재 가상자산에 수천만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지만 나 뿐 아니라 주변에 수익을 냈다고 하는 사람을 단 한명도 본적이 없다”면서 “기본적인 자료 조사도 하지 않거나, 단순히 끌리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