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톺아보기]사생활 보호 VS 범죄 악용…논란 속 신고가 기록한 모네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26 17:30 수정 2021-05-26 17:30

링 서명 등으로 이용자 정보 보호
논란 속에도 이달 역대 최고가 기록

[프로젝트 톺아보기]사생활 보호 VS 범죄 악용…논란 속 신고가 기록한 모네로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2009년 등장 한 이후 첫 번째 논란은 프라이버시였다. 투명성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 기록을 모든 원장에 저장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특성으로 인해 이용자들의 거래내역이 공개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것이다.

프라이버시 논란이 일자 일부 개발자들은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없는 다크코인을 만들었다. 첫 번째 탄생한 코인은 모네로(XMR)다. 현재 다크코인을 대표하는 XMR은 가상자산 정보 공개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시총 28위에 올라있다. 시가총액은 1조6500억달러(한화 1844조원)다. 현재까지 발행된 코인 개수는 1791만개로, 2022년까지 1840만개가 추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XMR은 26일 기준 244달러(한화 27만원)를 기록 중이다. 코인마켓캡에 처음 기록된 2014년 5월 21일 2달러에서 120배 넘게 오른 셈이다. 역대 최고가는 올해 5월 7일 기록한 505달러(한화 56만원)다.

XMR은 48곳의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한 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도 거래됐지만 범죄에 악용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링 시그니처 통한 익명 서비스 제공 = 모네로는 2014년 4월 바이트코인을 포크하면서 탄생했다. 초창기 이름은 ‘비트모네로’였지만, 이후 모네로라는 이름으로 짧게 변경됐다. 모네로는 에스페란토어에서 동전을 의미한다.

모네로는 ‘모네로팀’이라 불리는 개발진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재 모네로팀은 특정 기관에 속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 중이다. 개발진들은 모두 익명을 사용 중이지만, 개발진 리더인 리카르도 스파그니만 예외적으로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모네로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이다. 기존 비트코인 등과 달리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같은 코인은 다크코인 또는 프라이버시코인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다크코인으로는 모네로와 함께 지코인, 대시, 코모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중 모네로는 예외적으로 링 서명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2004년 조셉 류 교수를 통해 개발된 링 서명은 발신인의 서명을 임의로 설정한 같은 그룹 이용자들의 서명과 섞는다. 쉽게 말해 모네로 원장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 외부자들은 발신인이 속한 집단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발신인을 특정할 수는 없다. 모네로의 핵심 기능을 개발한 조셉 류 교수는 ‘모네로의 대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익명성 강화를 위해 모네로는 2017년 포크를 통해 링 기밀거래를 도입했다. 링 기밀거래는 거래 출처와 주소를 가리는 데에 더해 거래 금액까지 공개하지 않는 기술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링 기밀거래를 도입하면서 모네로의 익명성이 높아졌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확장성이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네로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블록 크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량에 따라 블록 크기를 바꿔 거래 속도 등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단 블록 크기의 비정상적인 성장 등을 악용할 가능성을 고려해 성장률을 제한했다.

최근 모네로는 가상자산 발행에 더해 외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이다. 160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VR게임 크립토킹덤, 주사위 베팅 게임 모네로다이스, 비트코인 기반 환전 시스템 엑스엠알투 등이다.

◇범죄에 악용 가능성 높지만 해외 인기끌며 가격 상승 = 모네로를 비롯한 다크코인은 익명성을 통해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정보를 보호하고, 보급률을 높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추적이 불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등장과 함께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실제로 모네로는 범죄 악용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모네로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당시 다크웹에서 총기와 마약을 모네로로 사고파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선 사회적 이슈가 된 가상자산 디지털 성범죄 ‘N번방’과 ‘박사방’ 등에 이용됐다. 당시 경찰은 모네로 익명성 때문에 불법 음란물 구매자들을 추적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모네로를 대신 구매해주는 대행 업체를 통해 일부 구매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해당 사건 이후로 모네로를 비롯한 다크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대거 상장폐지됐다. 특히 특금법(특정금융정보거래법) 시행령에서 거래소의 다크코인 취급을 금지하면서 사실상 우리나라 시장에서 퇴출된 상태다.

다크코인의 익명성을 둘러싼 논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꾸준히 급등해 5월 7일 역대 최고가인 505달러(한화 56만원)를 기록했다.

이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는 가상자산 지갑 업계가 꼽힌다. 최근 ‘케이크 월렛’이라는 가상자산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고 급여로 모네로로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