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라이트코인 탄생시킨 전 구글 엔지니어, 찰리 리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6-15 16:22 수정 2021-06-15 16:22

‘언더독’ 창시자 속 MIT·구글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가
보유 자산매도 논란 일었지만…수익금 전액 재단 기부

[블록체人]라이트코인 탄생시킨 전 구글 엔지니어, 찰리 리
가상자산(암호화폐) 창시자들은 흔히 ‘언더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세계 최초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는 아직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았고,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프로그래밍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지만 게임에 빠져 살던 중 자신이 주로 사용했던 캐릭터의 능력이 개발사에 의해 사라지면서 탈중앙화 기술인 블록체인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반면, 거대 IT기업에서 박차고 나와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야후 부사장 출신인 브래드 갈링하우스 현 리플 CEO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시가총액 12위 가상자산 라이트코인을 개발한 찰리 리 역시 MIT를 졸업해 구글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라이트코인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라이트코인을 탄생시킨 찰리 리는 코트디부아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뒤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한 중국계 미국인이다. 친형 바비 리는 중국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비티씨씨의 설립자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카나 커뮤니케이션즈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003년까지 근무한 뒤 가이드와이어 소프트웨어의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2007년까지 일했다.

2007년 찰리 리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유튜브 모바일과 크롬OS, 플레이 게임스 등 현재 구글의 주요 서비스로 손꼽히는 일들을 맡았다. 하지만 2011년 실크로드 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처음 접한 뒤 가상자산에 매료됐고,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직접 가상자산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찰리 리는 구글에 근무하면서 같은 해 10월 라이트코인을 개발했다.

라이트코인은 찰리 리를 포함한 개발진 6명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찰리 리는 2011년 9월 페어브릭스라는 가상자산을 개발했지만 버그로 구동에 실패하면서 프로젝트를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 만에 라이트코인을 만들어냈고, 찰리 리는 테스트를 목적으로 최초 3개 블록을 직접 채굴했다. 당시 블록을 만들 때마다 발행된 라이트코인 개수는 50개에 그쳤다. 사토시 나카모토를 비롯한 기존 가상자산 프로젝트 창시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가상자산을 대량 채굴하는 데에 찰리 리가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 10분에 1개 블록을 만들어냈던 비트코인과 달리 라이트인은 2.5분마다 블록을 생성했다. 기존 가상자산들보다 빠르게 거래를 인증한 셈이다. 가상자산 발행 수 역시 비트코인의 4배인 8400만개로 정했다. 가상자산 수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컴퓨터에서 보다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스크립트 채굴 알고리즘을 적용해 참여율을 높였다.

찰리 리는 2013년 라이트코인을 안정화한 뒤 구글을 떠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엔지니어링 이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라이트코인 재단의 매니징 디렉터를 맡기 시작한 찰리 리는 2017년 코인베이스에서 가상자산 업계 경험을 쌓고 퇴사했다.

라이트코인 재단은 말 그대로 라이트코인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소수의 정규직원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여러 국가에 떨어져 플랫폼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12월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 가격이 높아졌을 때 보유 중이던 물량을 모두 매도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찰리 리는 창시자가 많은 가상자산을 보유할 경우 공정한 플랫폼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SNS 등에 사익을 위해 매도했다는 글을 올리며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결국 찰리 리는 라이트코인 매도를 통해 얻은 수익을 라이트코인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이트코인 매도 다음 달인 2018년 1월 라이트코인 재단 측은 찰리 리가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라이트코인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찰리 리는 앞으로 라이트코인을 매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찰리 리는 급변하는 가상자산 업계에 설득력있는 평을 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엔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예술 작품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며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발행 수에 제한이 없어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평이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