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윙클보스 형제, 페이스북에서 제미니 설립까지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13 16:31 수정 2021-07-13 17:44

마크 저커버그 상대로 승소 후 페이스북 지분 요구
페이스북 IPO…수익금 일부로 비트코인 12만개 구입
제미니, 비트코인 ETF부터 보상 카드 등 사업 다각화

[블록체人]윙클보스 형제, 페이스북에서 제미니 설립까지
코인마켓캡 거래량 기준 13위에 오른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운영 중인 윙클보스 형제는 가상자산 업계에 오랜시간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들로 꼽힌다. 디엠(구 리브라) 협회를 이끄는 페이스북의 초창기 사업 아이디어를 낸 그들은 2008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의 법정 공방에서 승소해 비트코인을 구매하기도 했다. 거래소 제미니를 세운 그들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ETF를 신청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카메론·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1981년 뉴욕 주 사우스 햄튼에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의 하워드 윙클보스 교수 아래에서 태어난 그들은 코네티컷 주에서 자라며 13살 때부터 HTML을 공부하는 등 높은 학구열을 보이며 2000년 나란히 미국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2002년 하버드대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커넥트유(전 하버드 커넥션)’ 개발에 나섰다. 당시 이들은 하버드대학교에서 ‘페이스매쉬’를 제작했던 마크 저커버그에게 개발을 부탁했지만, 저커버그는 이들의 요청을 미루고 그 동안 커넥트유의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착안한 페이스북을 개발했다. 해당 내용은 2010년 영화 ‘소셜네트워크’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8년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윙클보스 형제 측 변호사는 4500만달러(한화 514억원)를 요구했다. 하지만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 주식을 대신 받았다. 2012년 페이스북이 IPO를 거치며 주식 가치가 3억달러(3432억원)로 오르며 윙클보스 형제는 기존에 변호사가 요구한 보상금보다 큰 액수를 손에 쥐었다.

이때 윙클보스 형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비트코인이었다. 2012년 말 페이스북 주식 수익금 중 일부로 이들은 12만개를 개당 10달러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구매했다. 당시 발행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1%에 달하는 양으로 전해진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2013년, 윙클보스 형제는 1100만달러(한화 125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년 새에 약 10배에 달하는 수익을 낸 것이다.

2013년 윙클보스 형제는 온라인 기반 첫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인스턴트에 투자하며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찰리 슈렘 비트인스턴트 CEO가 비트코인으로 마약 거래 고객을 도운 것이 밝혀지며, 이 거래소는 같은 해 폐쇄되고 말았다.

2015년 윙클보스 형제는 거래소 제미니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가상자산 사업에 나섰다. 당시 제미니는 법을 준수한다는 원칙을 두고 뉴욕주금융당국 규제 등을 지키며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의 양지화를 주도했다는 평을 들었다. 반면 파격적인 포트폴리오 구성 행보도 보였다. 거래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유명 다크코인 지캐시를 세계 최초로 상장한 것도 제미니였다.

또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 ‘제미니 달러’를 출시해, 제미니 달러를 발행할 때마다 1달러씩 스테이트 스트리트은행에 예치금을 보관하고, 미국 연방예금보험 공사의 예금보험을 드는 등 신뢰성 높은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도 나섰다.

최근 윙클보스 형제는 비트코인 ETF 신청에도 주력하고 있다. 제미니는 2018년부터 SEC에 여러 차례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SEC는 시장 조작 우려 등을 이유로 번번이 거절했고, 제미니는 결국 올해 1월 세계 최초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캐나다 증권 당국에 비트코인 ETF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윙클보스 형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제미니를 상장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발표했다. 이후 제미니 IPO 계획은 공개된 바 없지만, 올해 6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상장한 점을 고려할 때 제미니가 상장할 가능성 역시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제미니는 올해 4월 자사 신용카드를 발행했다. 기존에 카드 리더기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는 여러 차례 출시됐지만, 제미니가 출시한 신용카드는 신용 결제를 한 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타일러 윙클보스는 “현금을 이용한 뒤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좋은 거래”라고 설명했다.

한편 윙클보스 형제는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1위 가상자산 억만장자에 올랐다. 이어 매튜 로자크 블로크 공동설립자, 팀 드레이퍼 비트코인 투자자, 마이클 세일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CEO 등이 차지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