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톺아보기]스팀,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에 합당한 보상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04 17:47 수정 2021-08-04 17:47

게시물 작성자·추천자에게 가상자산 보상 지급
‘그림자 노동’ 해결하며 크립토이코노미 구축
트론 인수 과정에선 증인들과 ‘진흙탕 싸움’도

[프로젝트 톺아보기]스팀, 양질의 콘텐츠 생산자에 합당한 보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업계는 오랫동안 ‘그림자 노동’ 문제를 지적받아왔다. 이용자의 게시물이 곧 콘텐츠가 되는 서비스 특성상, 사용자들은 금전적 대가 없이 볼거리를 만드는 반면 기업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간다는 비판이다. 이후 SNS 광고로 수익을 내는 기업 계정과 전업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며 그림자 노동 이슈는 사그라들었지만, 이용자들의 광고 피로도가 높아져 콘텐츠 질과 서비스 만족도가 낮아졌다는 불만이 일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게시물 작성자에게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제공하고, 타 이용자에게 ‘추천’을 받을 경우 이에 비례해 추가로 보상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가상자산 기반 경제 시스템인 ‘크립토이코노미’의 성공 사례로도 꼽히는 최초의 블록체인 SNS 서비스 ‘스팀잇’이다.

◇가상자산 보상으로 콘텐츠 질 제고

2016년 설립한 스팀잇은 “더 나은 커뮤니티 조성, 보상 기회 제공, 기업 역량 강화”라는 캐치프레이즈에서 볼 수 있듯, 이용자들이 인기 있는 콘텐츠를 작성할수록 더 많은 가상자산을 받는 SNS 서비스다.

이용자(스티머)들은 작성한 SNS 게시물이 얻은 추천(업보트) 수에 따라 가상자산 ‘스팀’을 받는다. 추천한 이들도 추천받은 이용자의 1/3에 달하는 스팀을 받는다. 쉽게 말해 한 게시물이 추천을 1개 받았을 때, 작성자와 추천자가 3:1로 수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보상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게시일로부터 7일 뒤에 자동 지급된다. 이후엔 추천을 해도 스팀을 받을 수 없고, 게시물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저장돼 수정·삭제가 불가능하다.

스팀은 스팀잇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으로 8월 4일 현재 가격은 0.479달러(한화 548원)다. 가상자산 가격 정보 서비스인 코인마켓캡에 맨 처음 기록된 2016년 4월 19일 기준 가격은 0.7665달러(한화 877원)다. 이후 2018년 1월 3일 8.0308달러(한화 9196원)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당시 가상자산 가격 폭락의 여파로 가격이 함께 낮아졌다. 코인마켓캡에선 671점(B등급), 시메트리 평가에선 C등급을 받았다.

24시간 거래량은 약 982만달러(한화 112억원)다. 시가총액은 1억8588만달러(한화 2128억원)로, 코인마켓캡 내 시가총액 순위는 171위다. 총 발행량은 4억497만개로 현재까지 발행된 개수는 3억8800만개다. 현재 스팀은 바이낸스, 후오비, 비트렉스, 와지르X 등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와 빗썸,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스팀은 또 다른 가상자산인 스팀달러나 스팀잇 내 영향력인 스팀파워로 바꿀 수 있다. 스팀파워가 높은 이용자들은 추천 시 작성자와 본인이 받는 보상이 커진다. 단 스팀파워를 스팀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일정 시간 기다려야 한다. 스팀파워가 13주에 걸쳐 매주 1/13씩 스팀으로 전환되는 식이다. 사실상 스팀을 스팀파워로 전환한 이용자들은 스테이킹의 대가로 커뮤니티 내 영향력과 수익률을 보상으로 받는 셈이다.

스팀 달러는 1개당 1달러의 가치로 가격이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팀의 가격 변동성이 비교적 높은 점을 고려해 만든 가상자산으로, 스티머들은 스팀잇 내부에서 스팀과 스팀달러를 거래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 때문에 스팀 투자자들은 커뮤니티 외부에서 가격을 조작하기 어렵다.

◇가상자산 활용 위해 의기투합…트론 인수 ‘진흙탕 싸움’

스팀잇은 2016년 네드 스캇·댄 라리머 공동 창시자에 의해 개발됐다. 둘은 공개키 암호화 기술로 여러 이용자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비트쉐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며 만났다고 전해진다.

당시 가상자산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커뮤니티라고 생각한 스캇은 가상자산을 통해 이용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안해 라리머와 함께 스팀잇을 세웠다. 스팀잇은 같은 해 3월 메인 홈페이지를 열고 테스트를 거쳐 7월 정식 서비스를 오픈했다. 하지만 라리머는 스캇과의 의견차로 2017년 스팀잇 CTO직을 내려놓고 블록체인 프로젝트 이오스를 개발했다.

스팀의 블록체인 서비스는 위임지분증명(DPoS) 합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거래 증명을 위임받은 증인 20명에게 트랜잭션을 검증받아 거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스팀잇 증인엔 한국인 정재황씨도 참여 중이다. 또 콘텐츠 작성이라는 이용자의 두뇌활동을 통해 가상자산을 발굴하는 두뇌증명(PoB)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쉽게 말해 게시물이 작성될 때마다 가상자산이 발행되는 구조다.

하지만 스팀잇은 2020년 초 트론 인수 과정에서 커뮤니티 증인들과 큰 갈등을 겪었다. 당시 스팀잇은 대외적으로 중국계 가상자산 프로젝트 트론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지만, 보유 중이던 스팀 약 6500만개를 저스틴 선 트론 창립자에게 넘기며 사실상 트론에 인수됐다.

이때 저스틴 선에게 넘어간 스팀 물량이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해당 가상자산은 스팀잇이 2016년 스팀 발행과 함께 자사가 직접 대량 채굴하며 만들어졌다. 당시 스팀잇이 채굴한 스팀 양은 초기 물량의 약 80%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스팀잇 커뮤니티 참여자들은 프로젝트가 중앙화 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했지만, 스팀잇은 해당 물량을 생태계 발전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며 논란을 일단락했다.

하지만 해당 물량이 트론의 스팀 인수 과정에 사용되며 스팀잇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스팀잇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결국 증인들이 저스틴 선의 스팀을 동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지만, 스팀잇은 결국 트론에 인수되며 현재 트론의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논란 속에도 스팀잇은 현재까지 성공적인 크립토이코노미 서비스로 꼽히고 있다. 특히 SNS의 고질적 문제인 그림자 노동과 광고로 인한 콘텐츠 질 저하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0년 말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게시물 작성만으로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으로 다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