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유예기간 연장해야” VS “충분히 시간 줬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8-19 17:05 수정 2021-08-25 10:11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안 포럼 개최
가상자산 업계, 이구동성 “유예기간 불충분…줄폐업 우려”
실명계좌 발급 중견‧중소사업자에 불리, 준비 시간도 촉박
금융당국, 유예기간 이미 충분…연장 시 투자자 피해 우려
3년 전 실명계좌 계도, 자금세탁 발생 시 국제제재 가능성

사진=이수길 기자.
사진=이수길 기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들의 신고 유예기간 종료가 불과 3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우려되는 상황 속 투자자 및 가상자산 사업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한 심사기준 등의 정보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일부 공개된 항목 역시 너무 늦었다는 비판들도 제기됐다. 개정안 처리가 아닌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 만으로도 연장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은행 관계자들은 개정안은 국회의 몫이라면서도 유예기간 연장 시 투자자 피해 증가, 금융질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췄다. 특히 실명계좌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 차원에서 실명계좌를 이미 3년 전부터 계도해왔다며 시간은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업계·전문가들 “신고 유예기간 연장 필요, 실명계좌 불합리”

19일 조명희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한국핀테크학회, 글로벌블록체인정책협의회, 규제개혁당당하게, 국회디지털경제연구회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정상화 ‘특금법 원포인트 개정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특금법으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우려된다며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3월25일 시행된 특금법 상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다. 신고 요건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이다. 원화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은행권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만 한다.

특금법 상 신고 유예기간은 6개월이다. 19일 기준 유예기간 종료가 불과 3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까지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는 없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줄폐업을 우려하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특임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무더기로 신고 수리가 거부될 시 막대한 비용과 전문인력을 투입했던 거래소들의 1차 피해가 예상된다. 거래소들이 폐업하면 해당 거래소 가상자산들이 자동으로 상장폐지, 투자자들이 2차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거래소들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은행이 실명계좌를 발급하게 해서 정부가 신고 수리 요건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법적인 민간 위탁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현재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업체들의 경우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지난 4월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평가방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중은행에 배포했다. 깜깜이 가이드라인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달 초 가이드라인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김태림 변호사는 “각 은행별로 실명계좌 부여 기준이 다르다. 연합회는 평가방안 가이드만 제시하고 있는 상황인데 은행과 사전 조율이 없다면 7월8일에 발표된 방안 만으로 실질적으로 실명계좌 발급 준비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시장에 진입하려는 사업자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가방안 일부를 공개한 시점 역시 문제다. 평가방안 발표 지연으로 인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준비가 미흡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자금세탁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라면 항목들을 미리 공개, 안내해 더 많은 사업자들이 준수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 역시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유예기간 연장 주장에 힘을 보탰다.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는 “특금법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특금법은 은행들이 거래소를 평가,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실명계좌 심사를 하겠다는 은행은 단 한곳도 없다”면서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은행이 없는데 실명계좌를 어떻게 발급받나”라고 되물었다.

도 대표는 “현실적으로 신고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모두 폐업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9월24일까지 실명계좌 발급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금융위는 실명계좌 없이 코인 거래는 가능하다 하지만 사업성이 없어서 사실상 폐업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정부·은행권 “연장 시 투자자 피해 우려, 유예기간 충분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은행권은 신고 유예기간은 연장 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권민영 국무조정실 금융정책과장은 “정부로서는 적법 요건을 갖추지 않은 사업자들이 연장 영업할 시 소비자 피해 증대 우려를 간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은주 FIU 기획협력팀장도 “신고 유예기간은 충분히 주어졌다고 본다. 시장 신뢰를 위해서는 기존 일정을 유지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거래소들의 실명계좌 발급을 판단하는 것이 불법, 부당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 팀장은 “가상자산 사업자의 리스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는 FATF의 자체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법무전략 홍보본부장 역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18년부터 행정지도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실명계좌를 권고했으며 지난해 3월 특금법 개정으로 법적으로도 의무화됐다”면서 “개정일로부터는 1년6개월, 행정지도부터는 3년8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부족하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고 유예기간 연장 시 투자자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박 본부장은 “연장될수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들이 잔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서 “이용자들의 부적격 사업자에 대한 입금 규모가 커져서 (투자자)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은행들이 가상자산 사업자 심사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로 국내 금융당국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은 특금법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 시 자금세탁 행위의 식별, 분석, 평가할 의무가 있다 보니 위험이 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발급이 가능하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가 국제적 금융 제재 대상과 연계될 시 해당 은행은 국내 금융당국 뿐 아니라 국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