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예치서비스 '업파이' 서비스 긴급 종료 왜?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6-30 13:26 수정 2022-06-30 13:26

유사수신 적용 우려…"손해 최소화 위한 결정"
"섣부른 결정 암호화폐 산업 위축 가능성 높아"

업파이 서비스 종료 공지
업파이 서비스 종료 공지
국내 암호화폐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 '업파이(Uupfi)'가 지난 27일 급작스럽게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파이는 암호화폐(가상자산) 예치·대출 등 은행에서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대신 해주는 플랫폼이다. 요컨대,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존 금융권의 은행 역할을 대신하는 서비스다.

업파이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USDC, USDT에 이어 5종류의 스테이블 코인(BUSD, UST, FRAX, DAI, TUSD) 등 지난해 10월 누적 예치액 1억 달러(당시 약 1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성장세를 누렸다.

◇업파이, '유사수신행위' 리스크에 서비스 종료= 업파이는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지난 23일 국회에 발의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테라-루나 방지법)'을 이유로 꼽았다.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암호화폐 예치를 통해 이자를 지급하는 서비스가 유사수신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는 것.

유사수신행위는 법령의 인·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행위다. '테라-루나 방지법'은 자금조달에 암호화폐까지 포함시켜 공백을 보완한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등록을 마치지 못한 사업자들은 사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했다. 때문에 사전에 이를 인식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는 것이다. 6월 27일 기준 암호화폐 예치서비스 사업자들 중 FIU에 등록된 사업자는 델리오 뿐이다.

업파이 운영사인 블록워터 관계자는 "규제 제정은 시장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추후에 이어질 수 있는 고객 손해를 방지하고, 시장의 추가 변동성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양산되기 전에 서비스 종료라는 선제적 대응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사용자들에게 "예치자산은 원금 손실없이 100% 환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선 "너무 빠른 결정…규제 명확화 필요"=업계에서는 업파이의 이같은 조치가 '너무 빠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예치 서비스 관계자는 "유사수신법과 관련한 가이드가 나온다해도 유예기간·시행기간 등이 있고 공표하는 것도 시간을 두고 봐야할 일"이라며 "VASP 신고를 마치고 그에 맞춰 운영할 수 있을텐데 너무 빨리 결정한 느낌이다"고 밝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라-루나 방지법이 서비스를 종료할 정도의 파급력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해당 사안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라며 "테라-루나 방지법으로 인한 유사수신행위 규제 리스크로 암호화폐 서비스 사업자가 이같은 결정을 하는 것은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규제 명확화'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시장의 가이드라인으로써 규제가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시기나 정의 등이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업파이 서비스 종료 사례도 급하게 테라-루나 방지법이 발의됐기 때문에 해당 법안에 저촉되는 사업자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점진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시장의 규제 모호성은 꾸준히 거론된다. 일례로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트래블룰의 경우도 아직 솔루션 제공업체의 역할은 모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설기환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장은 한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 제공업체가 1차적으로 VASP의 자금세탁 위험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솔루션 업체와 제휴업체가 별도 확인 절차 없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기 때문에 정부가 관심을 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금융위위원회의 암호화폐 증권형 분류 논의에서도 '탈중앙 정도'로 증권형과 비증권형을 구분한 다는 것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암호화폐 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증권형토큰 관련해서 탈중앙화가 돼 있는지를 바탕으로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기준을 나누기 애매하다"라며 "표현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정부에서 지정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예치사업도 금융당국에서 특금법상 암호화폐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사업자들은 여전히 오도가도 못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나의 사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규제의 모호함으로 인한 리스크는 기술 발전과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만들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