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 주의보②]상장도 안 된 코인·토큰, ‘대박’ 노리다 ‘쪽박’ 찬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5-18 11:22 수정 2021-05-18 11:22

도지코인 대항 K-밈 외치던 진도지코인, 스캠 판명
2일만에 개발자 230만달러 대량 매도, ‘먹튀’ 논란
유사 스캠도 등장, 삽살·제주·진도지토큰 등 다수
투자자도 책임, 피해 보상 어려워…투자 신중해야

지난 11일부터 발행된 삽살도지코인. 삽살도지코인 텔레그램방에서는 '스캠'이라는 비판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사진=삽살도지코인 홈페이지 화면 캡쳐.
지난 11일부터 발행된 삽살도지코인. 삽살도지코인 텔레그램방에서는 '스캠'이라는 비판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사진=삽살도지코인 홈페이지 화면 캡쳐.
가상자산(암호화폐) 랠리 속에 대박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혹, 사기를 치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옹호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도지코인을 빗댄 코인, 토큰들이 등장했고 이 가운데 실제 개발자가 보유 물량을 매도하는 이른바 ‘먹튀’ 사건도 발생했다. 거래소를 통한 정상적 거래가 아닌데다 피해를 보전할 방법이 없어 투자 시 신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한국의 도지코인, 도지코인의 대항마가 되겠다며 등장한 진도지코인이 개발자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진도지코인은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내건 도지코인의 대항마라며 진돗개를 내걸은 코인이다. 지난 11일 첫 발행을 시작했으며 총 발행량은 1000조개에 달했다. 발행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는 K팝에 이어 트렌드를 선도할 K-밈 토큰이라는 글들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옹호하고 있으며 관련 가상자산들이 인기를 끌자 일부 투자자들이 진도지코인에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도지코인은 발행 불과 2일 만인 지난 13일 개발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대량 매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매도 물량은 전체 발행량의 15%에 달한다. 매도 금액만 약 230만달러(한화 26억1000만원)에 달한다.

개발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대량 매도한 이후 진도지코인의 시세는 97% 급락,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걸었던 진도지코인 홈페이지와 트위터 계정은 삭제됐다. 진도지코인 피해자들은 약 200여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오픈채팅방 등을 개설, 대응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지코인 열풍 속 진도지코인 외에도 유사한 밈코인, 토큰 등은 지속 등장하고 있다.

진도지코인이 발행되던 11일 삽살도지코인이라는 이름의 밈코인도 등장했다. 삽살도지코인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K-팝 이후에는 K-밈 토큰이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며 “삽살은 한국 토종개의 품종”이라고 소개했으며 텔레그램 채널 등을 오픈했다. 삽살도지코인의 총 발행량은 1억개다.

삽살도지코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고래(거액 투자자)가 덤핑(대량 매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지갑당 보유량을 제한하는 반고래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면서 지갑당 최대 토큰을 전체 공급량의 1.5%(15만개)로 제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진도지코인과 같이 피해사례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삽살도지코인의 텔레그램 채팅방에서는 해당 코인이 ‘스캠’이라며 비판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고 전체 발행량의 90% 이상이 하나의 지갑에 있다는 글들도 게시되고 있다. 삽살도지코인 운영자는 해당 지갑이 죽은 지갑이라며 항변하고 있지만 ‘스캠’이라는 비판들이 지속 나오고 있다.

개발자 먹튀 논란을 일으킨 진도지코인과 유사하게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걸은 진도지토큰. 사진=진도지토큰 홈페이지 화면 캡쳐.
개발자 먹튀 논란을 일으킨 진도지코인과 유사하게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걸은 진도지토큰. 사진=진도지토큰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삽살도지코인 외에도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걸은 진도지토큰, 진도토큰, 제주도의 토착 견종인 제주개에서 따온 제주도지코인 등 K-밈을 표방하는 ‘도지 밈’ 코인, 토큰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메리칸 시바’를 마스코트로 내걸은 ‘유시바코인’ 등도 나왔다.

해당 코인, 토큰들은 모두 이름만 소폭 차이날 뿐 진도지코인과 유사하게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지 않는 토큰, 코인들로 텔레그램 및 트위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해당 코인, 토큰들의 가장 큰 문제는 검증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상장돼 있지 않을뿐더러 가상자산 교환을 위한 프로토콜인 유니스왑이나 웹 기반 가상자산 지갑인 메타마스크를 통해 거래된다는 점이다.

특정 지갑에서 얼마나 매도, 매수됐는지 등은 추적이 가능하지만 해당 지갑들의 소유자를 찾기는 어렵다. ‘먹튀’ 사건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를 회수하긴 사실상 어렵다. 더군다나 관련 법적 근거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피해 회복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일부 코인, 토큰 투자자들은 스캠인 줄 알면서도 ‘먹튀’ 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뛰어드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밈코인 등 투자 피해 발생 시 투자자 개인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보상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검증도 없는 가상자산의 경우 투자 시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