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으로 제도화된 가상자산 사업, 기본법 만들어야
사실상 허가제, ISMS 의무 등 경제 자유 제한 우려도
22일 이진영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시대 블록체인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금법은 디지털자산을 위한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등을 막기 위한 FATF의 권고조항에 따라 지난 3월 개정됐다.
이 변호사는 “올해 3월 24일 특금법이 개정됐다”며 “이를 통해 법적인 디지털자산 개념의 정의가 생겼다. 디지털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 또는 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행령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개정을 통해 강화된 특금법의 고객 확인 의무가 디지털자산 사업자에겐 상당히 엄격한 법률”이라며 “신고 수행을 확인하고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엄격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ISMS(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지 않은 사업자 신고를 불수리 할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신고하지 않은 디지털자산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ISMS 인증을 받은 뒤 신고를 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ISMS 인증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ISMS 인증사항이 약 80개에 달해 인증을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증 비용을 포함해 1억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영세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ISMS 인증을 의무화하는 데에도 우려를 보였다. 이 변호사는 “정보통신망서비스 사업자는 연매출 1500억원 이상의 상급종합병원, 재학생수 1만명 이상의 학교, 정보통신서비스 부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자 등에게만 ISMS 인증을 받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ISMS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물론 신뢰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을 영위하려는 이들에겐 상당한 제한이 돼 경제활동의 제한이나 직업 선택의 제한 등의 문제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신고제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모든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실명 확인 가능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선 사업자가 동일 금융회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어떤 금융거래를 하면서 은행을 제한하는 경우가 없다”며 “지나치게 경제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명 확인 가능 입출금 계정은 대통령에게 상당히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다”며 “이에 따라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갸 정해지는데, 원래 포괄적인 위임입법은 금지하게 돼 있어 나중에 디지털자산 사업자들이 헌법적인 문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기준과 조건, 절차가 형평성 있는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된 별도법이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금법은 디지털자산 사업자 또는 가상자산 거래에 관한 법률이 아니다”라며 “금융기관은 저축은행법, 보험회사는 보험법 등 관련법으로 허가. 인가, 등록 기준 등이 정해져 있는데 기본법 없이 특금법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규정하는 체계는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디지털자산 거래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 되고 있는데,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규율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두리나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 등이 발생한다”며 “입법·제도화로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고 많은 수요자와 투자자가 등장해야 해당 산업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블록스트리트 공동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