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中, 원유 거래 대금 달러→위안화 대체 협상 중
복잡한 이해관계·극심한 인플레이션 '탈달러' 조짐 보여
가상자산 커뮤니티, 효율적인 결제망으로 '화폐 교체' 기대
사우디 정부가 중국과의 원유 거래 대금을 달러에서 위안화로 교체하는 사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15일(현지시간) WSJ을 포함한 다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와 중국 정부가 양국 간 원유 거래 대금 교체를 두고 논의에 나섰다.
'오일 달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번 '빅딜'이 성사될 경우, 달러를 중심으로 성립된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사회 속 '신흥강자'로 떠오르며 G2의 위치에 오른 중국은 2016년부터 사우디와의 원유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교체하려는 협상을 지속해온 바 있다.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불규칙적인 협상 속 난항을 보이던 양국 간 협상이 탄력을 받은 것은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안보 정책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이 사우디의 예맨 내전 개입을 지지하지 않은 것과 이란과의 핵 협상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사우디가 수출하는 원유의 25% 이상을 구매하고 있는 '큰 손'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 대금이 위안화로 이뤄질 경우 달러가 입는 타격과 동시에 국제 질서에 큰 변동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부터 시작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무너져가는 달러의 위상이 더욱 악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달러는 1971년 금본위제 폐지 이후 힘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974년 '키신저 협약'을 통해 전세계 원유 거래 대금을 달러로만 진행 시키는 패러다임을 만들며 '오일머니'로 전세계 기축 통화의 파워를 이어온 바 있다.
달러로 원유를 거래하는 공식은 최근 40년 간 국제사회 속 암묵적인 국제 질서로 자리 잡아왔다. 이를 알 수 있듯, 지금까지 전세계 원유 판매의 약 80%는 달러로 결제되었다.
달러가 만든 이 질서를 거스르려는 시도는 몇 차례 있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2001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원유거래 대금을 유로화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8년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역시 원유거래 대금을 자국 발행 암호화폐 '페트로'로 교체하고자 했다. 이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이 시도에는 모두 참혹한 대가가 따랐다. 달러의 파워는 국제질서의 기본 '키'가 되어왔다.
하지만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가왔다. 사우디와 중국의 원유 거래 대금이 위안화로 교체되는 사안이 협의 중이라는 사실에 많은 이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이 뉴스를 두고 블룸버그를 포함한 주요 외신들은 '정치적 메세지'를 나타내는 연출일 뿐, 원유 거래 대금이 달러로 교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많은 관심을 드러내며 천연가스 대금에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겨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알렉산드르 판킨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 국제 거래에 달러를 사용하면 은행, 정산 결제 과정에서 철저하게 미 정부의 영향을 받는다 "고 말하며 "러시아 정부는 달러 비중을 줄이고 이를 다른 화폐로 대체할 것이며 디지털 화폐도 선택지 중 하나이다. 디지털 화폐를 이용해 해외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점인 지난해 10월, 리플재단 경우에도 재단의 통화 결제망 ODL을 중동지역 결제서비스 제공업체 파이플(Pyypl)에 도입한 바 있다. 신속하고 안전한 송금망을 장점으로 가진 리플의 결제망을 활용해 중동의 오일머니를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