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준비금으로 100억 달러 구매 예정
업계선 SEC 움직임 주시…'암묵적 합의' 가능성도
테라 재단이 100억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BTC)을 구매한다. 테라 재단은 현재 1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현지시간) CNBC 등 다수의 외신은 테라 재단이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의 준비금으로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1260억원)를 준비했으며 이를 전부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테라재단의 비트코인 매수 계획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금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금 1온스에 35달러가 연동된다는 개념으로 금본위제를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1년 금본위제 폐지되었으며 1974년 '키신저 협약'을 통해 사우디 원유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며 '오일머니'로 전세계 기축통화의 파워를 이어왔다.
금에서 오일(에너지)로 이어오며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했던 달러는 최근 중국이 원유거래에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위상이 약화됐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천연가스 거래에 루블화 또는 비트코인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테라 재단이 달러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금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다는 점은 사실상 '비트코인 본위제'의 출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와 관련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테라재단이 지난해 SEC와 갈등을 겪은 바 있어서다. 당시 SEC는 테라가 주도하는 미러(Mirror) 프로토콜과 합성자산을 증권으로 보인다며 소송을 걸겠다고 경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테라의 토큰 루나(LUNA)가 크게 상승한 것을 포함해 비트코인 본위제를 선택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에 어떠한 갈등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침묵을 암묵적인 합의로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두 달 가량 이어진 비트코인 하락장 속에서 테라 재단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수가 5700만원 선을 돌파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