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월렛 누르고 전화번호 등록…즉시 지갑 생성
비트코인 송금 20분 소요...TON은 2분 내 가능
간편 지갑생성 장점…범죄 악용 가능성은 단점
텔레그램이 수수료 없이 암호화폐를 전송하는 기능을 구축했다. 지난 26일 TON재단은 텔레그램을 통해 텔레그램(TON) 코인과 비트코인(BTC)를 송금할 수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공지했다. 톤코인(TON coin)은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다.
해당 기능은 본인 또는 타인과의 채팅창에 @wallet 명령어를 입력해 실행할 수 있다. TON 재단은 "이 기능이 소비자에서 기업으로의 결제로 확장되어 사람들이 텔레그램 앱에서 봇을 통해 톤코인을 보내 상품과 서비스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직접 해당 기능을 사용해 지갑을 만들고 업비트에 있는 0.001BTC(약 5만 원)을 텔레그램 지갑으로 옮겨봤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텔레그램" = 텔레그램은 2013년 러시아 태생의 니콜라이 두로프(Nikolai Durov)와 파벨 두로프(Pavel Durov) 형제가 개발한 메신저다. 현재 텔레그램 개발팀은 두바이에 자리잡고 있다. 파벨 두로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매체 포브스를 통해 "나를 러시아 사업가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오랜기간 광고가 없었으며 채팅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 등으로 텔레그램은 2022년 1월 기준 5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 플랫폼 백링코(Backlinko)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러시아에 1억 번, 인도에서 2억2000만 번 다운로드됐다.
국내의 경우 텔레그램은 메신저 본연의 기능보다는 업무용이나 커뮤니티용으로 자주 쓰인다. 2021년 4월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내 메신저 앱 선호도는 카카오톡이 약 67%였으며 텔레그램은 약 5%로 페이스북 메신저(6.4%)보다 낮았다.
다만 기자는 평소 업무용, 암호화폐 정보용으로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보니 바로 텔레그램을 실행해 암호화폐 전송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내 월렛'을 누르고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즉시 지갑이 생성된다. 이후 한 암호화폐 거래소 앱을 켜고 최소 출금 금액인 0.001 BTC(29일 오전 8시 53분 기준 5만 665원)를 기자가 생성한 텔레그램 지갑으로 보냈다.
◇"편안함, 그러나 속도는 느려" = 비트코인을 보낸지 10분 후인 오전 9시 4분에 '출금완료'라는 거래소 알림이 왔다. 그러나 텔러그램 지갑에는 비트코인이 입금되지 않았다.
기자의 걱정이 만연한 가운데, 8분 후인 오전 9시 12분에 '수령액: 0.001 BTC'라는 알림이 왔다. 비트코인을 보내는 데 약 20분이 소요됐다. 다만 TON코인 전송시에는 2분 내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기자는 '암호화폐 스왑(/exchange)' 버튼을 누르고 BTC를 TON으로 환전했다. 곧바로 최소 환전금액인 0.00001 BTC를 0.17434488 TON(약 500원)으로 환전했다는 메시지가 왔다. 텔레그램 지갑에 들어간 BTC나 TON은 '수표(/cheques)' 기능으로 타인에게 암호화폐를 전송할 수 있다. 기자는 최소금액인 0.0001 TON(약 0.28원)을 수표로 생성해 지인에게 보내는데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텔레그램은 국내에서는 지인들과의 메신저보다는 업무용, 혹은 커뮤니티용으로 많이 이용한다.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경우, 거래소와의 송금은 느리지만 간편하게 지갑을 생성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는 지갑 생성이 어려워 지갑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투자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카카오톡이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사용해 송금이 간편해진 것처럼, 국제적 암호화폐 송금에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4월 교보증권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용률 68.8%로 간편결제 서비스 국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TON 재단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코인을 보낼 수 있다"며 "향후 코인을 이용한 상품 및 서비스 결제 서비스도 추진되길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경우 텔레그램 측의 적극적 협조가 중요하지만, IP추적 등 조사가 쉽지 않아 암호화폐를 통한 마약, 무기 거래 등 불법 거래의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온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 또한 그렇다.
편리함을 원하는 사용자들에게 발전된 기술은 그만큼 달콤함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실제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는 것 또한 사용자가 해야할 일이다. TON 관계자는 "텔레그램적인 요소를 버리고 톤 재단이 운영하는 오픈네트워크로 톤 블록체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건주 기자 kk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