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기폭제'가 됐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근거로 다음 날인 4일, 중국이 대만을 포위한 군사훈련을 시작하며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가 주축으로 참여한 '신냉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냉전 시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주축 세력 간 군사적 대립 뿐만 아닌 주축 세력들 간 산업 및 금융 분야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대립이다.
신냉전의 본질은 2월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명확해졌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세력'이 '침략국'으로 규정한 러시아에 행한 대표적 보복은 러시아의 SWIFT 배제였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주무기 삼아 새로운 기술인 암호화폐를 탑제한 금융결제망 설립을 주장하며 서방 세력에 대적해 새로운 경제 질서를 외쳤다. 중국, 인도, 이란 및 터키 등 서방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던 국가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 다수의 국가들이 러시아와 동참의 뜻을 밝혔다.
군사력 뿐만이 아닌 산업, 금융 부문에서 대립각을 세운 '신냉전'이 막을 연 것이다.
# '新 냉전' 시대 속 중대한 '전략 요충지', 대한민국.
이 신냉전 체제 속 대만과 대한민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국가이다. 바로 현대사회 속 '필수품'인 반도체의 생산 기술을 가진 주요 두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반도체를 둘러싼 이권 갈등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신냉전의 주축인 두 세력이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국가로 지목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진입로이자 중국과 러시아가 인접한 '허브'로써의 중대한 지정학적 위치, 그리고 굴지의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은 두 세력 모두에게 필수적인 '전략 요충지'로 고려될 수 있다.
중대한 전략 요충지로 각광받는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분명 그 이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 다양한 금융결제망을 품은 '글로벌 금융 허브'로
금융부문에서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위치, IT 기술력을 활용해 대한민국을 싱가포르에 이은 새로운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가 금융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전략이 핵심 포인트로 작용했다. 1968년, 당시 싱가포르 이광요 수상은 당시 세계의 금융 중심지 취리히와 프랑크푸르트, 런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간 시차의 중간 지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싱가폴의 지정학적 위치에 착안해 국제금융센터 구축에 착수했다. 금융 허브를 싱가포르에 건설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정책 수용을 통해 외국 은행들의 유치를 도모했으며 선직적인 금융감독기관을 마련해 세계에서 네 번째 규모의 외환시장을 구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는 '제 3세계'로 고려되던 동남아시아에 '제 1세계' 건설에 성공했다.
대다수의 중앙은행들이 CBDC 발행 의사를 밝힌 현 시점, 이미 많은 국가들이 금융결제망을 개발하거나 선택하는 기로에 섰다. 중국 디지털 위안화(e-CNY)의 유통망인 '블록체인서비스네트워크(BSN)', 에너지 결제에 비트코인(BTC) 결제망 활용 의사를 암시한 러시아, 스텔라 개발 재단(SDF)과 파트너십을 통해 CBDC 발행 계획에 나선 브라질,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 강화를 주장한 미국 등 이미 변화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이미 많은 국가들은 자본주의 본질인 '빠른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빠른 결제'를 위해 금융결제망 선택에 나선 것이다. 미래의 금융은 결국 효율적이고 빠른 금융결제망이 중대한 역할을 차지할 것이란 메세지를 남기고 있다.
낯설음과 존재할 수 있는 위험을 이유로 새로운 문명에 거부감을 드러내었던 역사는 결국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채 뒤쳐지기 일수였다. 역사는 결국 지속적인 스토리의 반복이다. 스토리의 등장인물만 바꿀 뿐 스토리의 시퀀스는 계속 반복되어왔다.
새로운 시대 속 새로운 강자들의 등장으로 세계사가 재편되는 현 시점, 역사를 교훈삼아 현명한 결정과 움직임이 요구되고 있다.
신냉전 속 중대한 전략적 요충지인 대한민국은 선도적이고 개방적인 핀테크 수용과 통해 다양한 금융결제망 유치, 그리고 이를 선진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싱가포르에 이은 새로운 '글로벌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