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10월 30일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한 후, 두 달 뒤인 2009년 1일 3일 오후 6시 15분 5초 제네시스 블록(분산 데이터 저장 블록체인에 생성된 첫 번째 블록)이 처음 생성되면서 비트코인(BTC)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 주소는 '1A1zP1eP5QGefi2DMPTfTL5SLmv7DivfNa'로 당시 처음으로 50 BTC가 생성돼 주소에 담겼다.
이렇게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암호화폐이자 현재 가장 규모가 큰 암호화폐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은 30일 14주년을 맞이한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6만 8000달러로 최고점을 갱신한 후 7만 달러 돌파에 실패하고 하락했다. 올해 '잔혹한' 암호화폐 하락장 속에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하락을 거듭했으며 6월 2만 달러 아래로 폭락하면서 사상 최악의 추락을 겪었다. 비트코인이 몇 달 동안 2만 달러 이상의 가격 반등에 실패하는 하락장이 지속되자 많은 이들은 "비트코인은 죽었다(Bitcoin is dead)" 등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2년 폭락장 속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세는 결코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사실 비트코인은 2009년에 최초의 제네시스 블록이 채굴된 이후로 여러 번의 암호화폐 빙하기에서 살아남았다.
# 이미 여러 번의 '사망선고'를 받았던 비트코인
비트코인은 세상에 나오고 다수의 하락장을 겪으면서 이미 여러 번 사망선고를 받아 왔다.
최근 비트코인은 지루한 1만 9000달러선의 횡보장을 끝내고 2만 달러선을 탈환했다. 이에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뉴욕 증시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보이며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의 횡보세가 길어지며 하락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미국 유명 암호화폐 트레이더 피터 브랜트는 "투자자들이 당분간은 큰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가격이 1만 3000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사망 소식만 집계하는 사이트인 '비트코인 오비추어리스(Bitcoin Obituaries)'의 데이터에 따르면 나카모토 사토시의 비트코인 발명 이후 비트코인은 유명 경제학자 및 미디어에 의해 10월 27일(한국시간) 현재까지 464번 사망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은 24회 사망했고 가장 최근 사망 선고를 받은 날은 지난 19일이었으며 여전히 추가되고 있다.
# 커지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안전자산'으로 관심
인플레이션 상승과 지정학적 갈등을 비롯한 여러 요인들이 지난 수년간 금과 암호화폐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금은 전통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아 왔다. 이제 투자자들이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과 함께 암호화폐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최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암호화폐와 관련한 분석 자료를 내놓고 "최근 비트코인(BTC)과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 지수의 상관관계가 감소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자산 피난처'로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트코인과 대표 '안전자산' 금값의 상관관계가 지난 8월 중순 이후 0에서 0.5로 증가한 수치를 제시하며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BoA의 증권 부문 시장 전략가인 알케시 샤(Alkesh Shah)와 앤드류 모스(Andrew Moss)는 "SPX, QQQ(주식)와의 양의 상관계수는 둔화되고 있다"며 "반면 XAU(금)과의 상관관계는 급속히 상승 중이다"라고 말했다.
주요 지수와의 상관관계도 S&P 500이 0.69를 기록하고 나스닥이 0.72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 아래로 증가세가 꺾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재 환경 속에서 대체 투자이자 교환 수단인 금과 비트코인은 안전한 도피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트코인의 가치와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다. 아직도 "비트코인은 죽었다"를 외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아마 비트코인의 사망 선고는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늘 그랬듯 완전히 침전되지 않은 채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증명하듯 현재 금과의 상관관계를 높여가고 있다. 마치 "그럼에도 또 살겠다, 그리고 또 증명하겠다"를 외치듯 비트코인은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죽지 않을 것이다.
신호철 기자 shi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