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갠슬러 위원장의 완고한 고집은 암호화폐 약세장을 위한 의도적 연출이다.
# 갠슬러와 석연찮은 의혹들
최근 게리 갠슬러 위원장과 FTX의 전 CEO 샘 뱅크먼의 결탁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다수의 인물들로부터 갠슬러 위원장이 샘 뱅크먼의 조력자였으며 특히 샘 뱅크먼의 증권 거래 플랫폼 IEX 설립을 도왔다는 제보가 빗발쳤다.
FTX가 붕괴되고 크립토 시장이 큰 혼란의 한 가운데였던 11월 15일, SEC와의 소송에서 리플(XRP)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존 디튼(John E Deaton) 변호사는 갠슬러 위원장과 샘 뱅크먼 전 CEO 간의 결탁과 이를 통한 시장 독점을 고발하는 청원을 신청했다.
갠슬러 위원장이 FTX의 붕괴 바로 직전 샘 뱅크먼을 만났으며 샘 뱅크먼에게 규제 프리패스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공화당 톰 에머 하원의원 역시 갠슬러 위원장의 비리를 지적했다.
그는 "갠슬러가 샘 뱅크먼이 법의 허점을 피해 규제 독점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주고 있다는 제보가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며 샘 뱅크먼이 3월 갠슬러 위원장의 도움을 통해 증권 거래 플랫폼 IEX와 연계된 사업에 착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다수의 의혹들을 바탕으로 갠슬러 위원장과 샘 뱅크먼의 결탁 내역들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특히 두 인물 간 결탁을 암시하는 미디어 보도가 재조명됐다.
미디어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3월 갠슬러 위원장과 샘 뱅크먼, 다수의 암호화폐 인사들이 화상 회의를 가졌으며 해당 회의에서 샘 뱅크먼이 SEC의 승인을 받은 새로운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시장은 당시 샘 뱅크먼은 증권 거래 플랫폼 IEX와 FTX를 결합해 증권과 암호화폐를 모두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설립을 계획했으며 이 과정에서 갠슬러 위원장의 도움을 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갠슬러 위원장이 샘 뱅크먼과 결탁했다는 정황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미국 민주당 리치 토레스 하원의원은 SEC 위원장으로서 FTX 파산 전 충분한 규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들어 갠슬러 위원장에 대한 독립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암호화폐 전담 규제기관으로서의 권한을 요구한만큼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것이다.
# 갠슬러 당신이?
갠슬러 위원장이 FTX 붕괴 후 여러 석연찮은 사건에 연류되어 있는 생 뱅크먼과 결탁에 나섰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갠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산업에 지나치리 만큼 완고하고 엄격한 스탠스를 취한 인사였다.
2020년, 당시 시총 3위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리플(XRP)을 증권이라 주장하며 리플사와 증권법 위반에 관한 소송을 시작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고집스럽게 거부한 끝에 암호화폐 커뮤니티, ETF 신청사들로 부터 숱한 비난을 받아왔으며 올해 마침내 대형 암호화폐 운용사 그레이스케일과 소송에 돌입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향해 규제의 칼을 휘두르며 이빨을 드러냈다.
"비트코인(BTC)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는 증권"이라는 주장 아래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파이 플랫폼들을 타겟으로 삼아 처벌을 예고했다.
특히 9월,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칼을 빼들며 거래소 내 등록된 암호화폐 중 일부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토록 암호화폐 시장의 엄격한 행보를 보였던 그가 누구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였던 샘 뱅크먼에게는 침묵한 것을 넘어 협력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많은 이들은 갠슬러 위원장과 샘 뱅크먼이 MIT를 기점으로 친분이 있었다는 의혹을 바탕으로 둘 사이의 결탁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갠슬러 위원장과 샘 뱅크먼이 각각 MIT에서 교수와 학생이었다.
하지만 갠슬러 위원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샘 뱅크먼 이전에도 명확히 존재했다.
# 가로막거나 처벌하거나 알면서 침묵하거나
갠슬러 위원장과 '루나 사태'의 주범 테라폼랩스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갠슬러 위원장은 테라폼랩스와 혈전으로 가는 양상을 보였다. 2021년 당시 테라폼랩스가 주도하는 미러(Mirror) 프로토콜과 합성자산을 증권으로 보인다며 경고한 뒤 예고없이 소환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SEC와 테라폼랩스는 소송에 돌입한다는 소식을 밝혔으나 돌연 양측의 갈등이 잠잠해졌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소송 소속이 사라졌다.
이 후 올해 3월 테라폼랩스가 약 12조1260억원의 비트코인을 매집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를 발행하겠다는 소식을 밝혔다. 비트코인을 준비금으로 달러를 발행하는 '비트코인 본위제'를 출현시킨 것이다.
비트코인 본위제의 출현에 세상이 떠들썩해진 가운데 늘 암호화폐 시장에 날카로운 규제의 눈길을 보냈던 SEC는 침묵했다. 12조원이 넘는 돈으로 비트코인을 매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UST를 발행해 많은 투자자들을 유치하는 가운데서도 SEC는 묵묵부답이었다.
테라폼랩스의 UST가 달러와의 가격 연동에 실패하며 붕괴되기 전까지 SEC는 그저 침묵을 유지했다.
이 침묵은 테라폼랩스를 향한 SEC, 갠슬러 위원장의 사실상의 합의 메세지였던 것이다.
# 의도적인 하락장 연출, 그로 인한 많은 변화들…크립토 시장의 '필요악'
갠슬러 위원장이 올해 암호화폐 시장 붕괴의 주요 원인이 된 두 사건, '루나 사태'와 'FTX 사태'에 사실은 모두 연류되어 있었으며 사실 이 모두를 방관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갠슬러 위원장을 향한 고발 청원과 함께 독립 조사에 대한 움직임이 이뤄진 것이다.
2022년, 갠슬러 위원장은 언급한 두 사건 외에도 암호화폐 시장의 반등을 만들만한 주요 사건들을 모두 차단해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거부, 리플과의 소송을 더욱 길게 끌어간 것, 대형 거래소들에게 위협을 가하며 시장을 공포 분위기로 조성한 것 등 그가 암호화폐 시장에 보인 존재감은 어마했다.
무슨 이유에서건 갠슬러 위원장은 명확한 의도로 올해 암호화폐 시장의 약세장을 이끌었다.
그가 충실히 수행한 역할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는 추후 많은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긍정적으로는 시장 붕괴에 따른 명확한 규제안의 빠른 도입과 이로 인한 산업 성장, 그리고 그가 그토록 가로막은 암호화폐 시장의 개별 호재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의 약세장 연출은 의도적이었다. 그로 인해 시장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고 그 변화로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이 완성될 것이다.
의도적인 하락장이었던만큼 의도된 연출 뒤에는 연출된 결과가 따를 것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