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서도 재석 의원 61% 찬성 얻어 가결 처리
하원 이어 민주당 내 당론 이탈표 10여장 등장
바이든, 거부권 무력화 우려에 고민 깊어질 듯
은행의 디지털자산(암호화폐)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SAB 121 무효화 공동 결의안'이 미국 하원 의회와 상원 의회에서 모두 가결됐다. 특히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 중 10여명이 당론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미국 상원은 16일 오후(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SAB 121 무효화 공동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개표 결과 찬성 60표, 반대 38표로 결의안이 가결됐다.
SAB 121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수탁할 경우 해당 자산을 재무상태표에 부채로 기록해야 하며 수탁된 디지털자산에 대한 준비금을 자본으로 축적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회계 관리 지침이다. 이 지침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만들었다.
디지털자산 보유 현황이 재무상태표에 기록되고 이에 대한 준비금을 축적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경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해당 지침이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접근을 막는 '디지털자산 탄압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의석 수는 총 100석으로 공화당 의석이 49석, 민주당 의석이 48석, 무소속 의석이 3석이다. 당적 기준으로만 보면 공화당이 다수당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소속 의원 3명이 모두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 하는 이들이라서 실질적인 다수당은 51석의 민주당이다.
당초 민주당은 디지털자산 관련 사업 진흥에 미온적이었고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도 해당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의사를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들 반대표를 던질 경우 결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많은 수의 이탈표가 나왔다. 51명의 민주당 계열 상원 의원 중 10명 이상이 당론을 이탈해 해당 결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하원과 상원에서 해당 결의안이 모두 통과되자 백악관의 처지가 다소 난감해졌다. 의회 인준 과정을 통과한 SAB 121 무효화 공동 결의안은 백악관으로 보내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10일 내로 법률 공포 거부권(재의요구권) 발동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 거부권이 발동된다고 하더라도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이 무력화될 가능성에 있다. 미국 역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으로 양원 의회에서 법안을 재의결할 경우 양원 모두 재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하원에서의 의원 동의율은 55.5%에 달했고 상원에서도 61.2%의 의원이 찬성했다. 민주당에서 추가 이탈표가 나온다면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66.67%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했으나 의회의 벽에 막혀 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행정부 수반으로서 처지가 난감해지는 것은 물론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