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벤처투자 6조 8천 억...FTX 파산 후 두 번째 최고치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5-11-25 15:58 수정 2025-11-25 15:58

3분기 전분기 대비 290% 급증...리볼루트·크라켄 등 대형 투자 견인

가상자산 벤처투자 6조 8천 억...FTX 파산 후 두 번째 최고치
올해 3분기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46억 달러를 넘어서며, 2022년 FTX 파산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계 회복세가 본격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인프라 분야로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기관급 가상자산 종합 금융 서비스 기업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이 금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웹3 업계 벤처투자 총액이 46억 5,000만 달러(한화 6조 8,499억 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290% 급증한 수치로, 2022년 FTX 거래소 파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투자액이다. 역대 최고치는 올해 1분기에 기록한 48억 달러다.

3분기에는 총 414건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 중 7건의 대형 투자가 전체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영국 핀테크 기업 리볼루트(Revolut)의 10억 달러 투자와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의 5억 달러 투자가 대표적이다.

지역별로는 미국 기업이 전체 투자액의 47%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기업이 7.3%, 영국 기업이 6.8%로 뒤를 이었다.

갤럭시 디지털의 알렉스 손(Alex Thorn) 연구 책임자는 "스테이블코인, AI, 블록체인 인프라 등의 분야가 지속적으로 자본의 선호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실물 결제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이 부각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 역시 새로운 투자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손 책임자는 "업계가 성숙해지면서 초기 단계(Pre-seed) 투자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증되지 않은 초기 프로젝트보다 어느 정도 사업 모델이 입증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벤처투자 활동은 여전히 2021~2022년 가상자산 강세장(불마켓)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손 책임자는 투자 정체의 원인으로 여러 요인을 꼽았다. 먼저 게임과 NFT(대체불가토큰) 분야의 열기가 식으면서 해당 섹터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줄었다.

또한 AI 분야가 급부상하면서 벤처캐피털의 자금이 암호화폐에서 AI 스타트업으로 분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고금리 환경 역시 위험자산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규제를 받는 합법적 투자 채널이 등장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고위험 벤처투자 대신 ETF를 선택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손 책임자는 "현물 ETF 같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투자 경로가 전통적인 벤처캐피털과 기관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투자액 급증은 가상자산 업계가 FTX 파산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2022년 FTX 사태 이후 투자자들이 극도로 신중해졌지만, 올해 들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등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회복세가 지속되려면 실질적인 사용 사례(유스케이스)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활용, AI와의 융합 등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기술이 늘어나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으므로, 투기성 프로젝트 중심의 과거 호황과는 다른 양상이 필요한 것이다.

4분기 투자 동향은 연말 비트코인 가격 흐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정책,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