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공매도 공시 규정 시행 또 연기...2028년까지 유예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5-12-04 11:50 수정 2025-12-04 11:50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디자인=블록스트리트 정하연 기자
美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논란이 되어온 공매도 및 주식 대여 정보 공시 규정의 시행 시한을 두 번째로 연기했다고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美 SEC는 이날 발표한 지침을 통해 헤지펀드를 포함한 대형 투자운용사들의 공매도 보고 의무 이행 최종 기한을 2028년 1월 2일로, 주식 대여 거래에 대한 공시 의무는 2028년 9월 28일로 각각 연기했다. 당초 이 규정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번이 두 번째 연기다.

법원 판결로 규정 재검토 불가피


이번 연기 조치는 지난 8월 미국 제5순회 항소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다. 美 법원은 SEC가 규정 제정 과정에서 경제적 영향을 충분히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재검토를 명령했다.

SEC는 2023년 10월 공매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적격 자산운용사는 매월 공매도 포지션 데이터를 보고해야 하며, 연기금, 은행, 기관투자자 등이 보유 주식을 대여할 경우 거래 다음 날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이 규정이 과도한 규제이며,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고 준수 비용이 과다하다고 강력히 반발해왔다.

"공익과 투자자 보호에 부합"


SEC는 이번 유예 조치에 대해 "위원회는 이러한 임시 면제가 공익에 부합하며, 투자자 보호 목표와 일치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SEC는 법원의 재검토 명령에 따라 규정의 경제적 영향을 재평가하고,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규정 시행을 강행할 경우 시장 혼란과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공시 규정은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과도한 공매도로 인한 시장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히 2021년 게임스톱(GameStop) 사태 이후 공매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내부 반발..."법치주의 근간 침해"


그러나 이번 연기 결정은 SEC 내부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SEC의 유일한 민주당 소속 위원인 캐롤라인 크렌쇼(Caroline Crenshaw)는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크렌쇼 위원은 "우리는 준수 기한 연기를 구실로 새로운 경향을 은폐하고 있다"며 "규정이 무력화될 때까지 계속 왜곡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SEC가 법원 판결을 핑계로 규정 시행을 무기한 지연시키려 한다고 지적하며,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SEC의 본래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환영,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


금융업계는 이번 연기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들은 공매도 정보 공시가 투자 전략 노출로 이어져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매월 공매도 포지션을 보고하고, 주식 대여 거래를 익일 공시하는 것은 막대한 시스템 구축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반발 이유였다.

반면 시장 투명성을 옹호하는 측은 이번 연기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공매도 정보 공개가 시장 조작을 방지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시장 투명성 vs 규제 부담


공매도 공시 규정을 둘러싼 논쟁은 시장 투명성과 규제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찬성 측은 공매도 정보 공개가 시장 조작을 방지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와 동등한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은 과도한 공시 의무가 시장 효율성을 저해하고, 합법적인 투자 전략 수행을 어렵게 만든다고 반박한다.

美 SEC가 2028년까지 약 4년의 시간을 확보한 만큼, 이 기간 동안 규정의 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재평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법원 판결 등 외부 변수가 많아 최종 결과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의 공매도 규제 방향은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전개 과정이 주목된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