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금리 인상 가능성도…주택시장 과열 진정 기대
호주중앙은행(RBA)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호주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호주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화요일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3.6%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광범위한 예상과 일치하는 결정이다.
호주중앙은행은 올해 2월부터 총 75베이시스포인트(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완화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들어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르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꺾였다. 이번 동결 결정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시장과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현재 호주중앙은행의 완화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지속적인 금리 인하가 예상됐지만, 물가 압력 재부상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이 급선회한 것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더 나아가 긴축 재개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중앙은행이 내년 2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완화에서 동결을 거쳐 긴축으로의 급격한 정책 전환을 의미한다.
정책 기조 전환의 핵심 원인은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재상승이다. 호주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 에너지 가격 상승, 임금 인상 압력 등 복합적 요인으로 물가 안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위해 추가 금리 인하 계획을 보류했다.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들은 금리 인하를 통한 이자 부담 경감을 기대했지만, 인플레이션 통제가 우선순위로 자리 잡으면서 그 기대는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금리 인상 시 가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금리 정책의 매파적 전환이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호주 2위 부동산 정보 플랫폼 도메인(Domain)의 수석 경제학자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은 금리 전망의 반전이 지난 1년간 급등한 주택시장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 주택시장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주택 구매 여력 악화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야기해왔다. 금리 동결 및 인상 가능성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호주중앙은행은 단기적 경기 부양보다는 중장기적 물가 안정과 시장 건전성 확보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내년 초 통화정책 방향은 향후 수개월간의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