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층 겨냥 사기 기승, 전년比 33%↑… ATM 4만5천대 넘어서며 범죄 온상화
미국에서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ATM)을 이용한 피싱 사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노인층을 겨냥한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 규모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비트코인 ATM 사기로 인한 신고 피해액은 3억 3,350만 달러(약 4,816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피해액 약 2억 5,000만 달러(약 3,610억 원)와 비교해 33% 증가한 수치다. 2023년 피해액이 1억 1,000만 달러(약 1,588억 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사이 피해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ATM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 사기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4만 5,000대 이상의 비트코인 ATM이 설치돼 있다. 이들 기기는 대부분 무인 단말기 형태로, 사용자가 현금을 입금하면 비트코인이 즉시 지정된 디지털 지갑으로 국경을 넘어 전송되는 구조다.
사기 수법은 한국에서 흔히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유사하다. 범죄자들은 정부기관, 은행, 통신사, IT 기업 또는 변호사를 사칭해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긴급 상황'을 조작하여 피해자를 유인한다. 이들은 통상 QR코드, 링크 또는 전화번호를 전송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압박한다. 피해자가 ATM에서 QR코드를 스캔하고 현금을 입금하면, 비트코인은 즉시 사기범의 디지털 지갑으로 전송되며 이러한 거래는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FBI는 특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에게 시간적 압박을 가하고 복잡한 기술 용어를 사용해 혼란을 조성한 뒤, 비트코인 ATM으로 유도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관계자는 "비트코인 ATM은 익명성과 즉시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한번 전송된 암호화폐는 되돌릴 수 없어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FBI는 정부기관이나 합법적인 기업은 절대 비트코인 ATM을 통한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으면 즉시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또한 가족이나 지인, 특히 노인층에게 이러한 사기 수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권고했다.
미국 암호화폐 업계는 ATM 운영업체들이 사기 방지를 위한 경고 메시지 표시, 거래 한도 설정, 신원 확인 강화 등의 자율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ATM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