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상업은행도 완전 디지털 화폐 발행해야"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6-01-22 16:43 수정 2026-01-22 16:43

ECB 고위 정책입안자 "민간 화폐, 중앙은행 화폐처럼 디지털화 필요"
스테이블코인 확산 속 '2층 통화 체계' 유지 방안 모색...화폐 등가성 원칙 강조

유럽중앙은행 "상업은행도 완전 디지털 화폐 발행해야"
유럽중앙은행(ECB)의 고위 정책입안자가 금일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민간 화폐가 중앙은행 화폐처럼 완전히 디지털화되어야 하며, 양자가 통화 시스템의 양대 축으로 계속 기능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을 통해 밝히며 금융 자산의 디지털화·토큰화 가속 속에서 전통적인 2층 통화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유럽중앙은행의 고위 정책입안자는 22일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는 미래에 중앙은행 화폐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디지털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며 "두 가지 형태의 화폐가 통화 시스템의 핵심 기둥으로 계속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뿐 아니라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예금 화폐도 디지털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는 ECB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2025년 말까지 기술적 준비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발언은 CBDC 도입과 함께 민간 부문의 디지털 화폐 발행 체계도 동시에 정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시사한다.

금융 자산이 점차 디지털화 또는 토큰화되면서, 중앙은행 화폐와 민간 화폐를 연결하는 '2층 통화 체계(Two-tier Monetary System)'의 미래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2층 통화 체계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기초 화폐(본원통화)와 상업은행이 신용창조를 통해 발행하는 예금 화폐가 상호 연결되어 작동하는 현대 금융 시스템의 기본 구조다. 이 체계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상업은행이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으로 이러한 전통적 구조가 도전받고 있다. 특히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상업은행의 예금 화폐 기능이 약화되고 2층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화폐 시스템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누가 발행하든 모든 형태의 화폐는 등가로 교환되고 상호 대체 가능해야 한다"는 화폐 등가성(Money Fungibility)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유럽 내에서는 상업은행 예금이 예금보험 등 제도적 보호를 받으며 중앙은행 화폐와 사실상 1:1 등가로 통용된다. 그러나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의 신용도, 담보 자산의 질, 규제 수준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어 화폐로서의 균질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등 대형 스테이블코인이 국경을 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는 '그림자 통화 시스템'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키고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ECB의 이번 발언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통화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중앙은행들의 공통 인식을 반영한다. 핵심은 CBDC 도입과 민간 디지털 화폐 발전을 조화시키면서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주도권과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디지털 유로 설계 과정에서 상업은행의 역할을 보존하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디지털 유로는 소액 결제와 개인 간 거래에 초점을 맞추고, 대규모 자금 관리와 대출 등은 여전히 상업은행이 담당하도록 하는 '2층 구조 유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업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CBDC와 동등한 수준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기술 표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화폐 간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와 실시간 결제 인프라 구축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시행 중인 암호자산시장규제(MiCA)를 통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충분한 준비금 보유, 투명한 정보 공개, 상환권 보장 등을 의무화하며, 사실상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부과한다.

국제결제은행(BIS)도 최근 보고서에서 "CBDC와 규제된 민간 디지털 화폐가 공존하는 '통합 원장(Unified Ledger)' 구조가 미래 금융 시스템의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ECB의 이번 발언은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혁신을 수용하면서도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유지하려는 정책 방향을 재확인한 것으로, 향후 글로벌 디지털 화폐 정책 논의에 중요한 참고점이 될 전망이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