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Ocean) 채굴풀, BIP-110 지지 첫 블록 생성...개발자 66KB 이미지 삽입으로 맞불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둘러싼 근본적인 정체성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채굴풀 오션(Ocean)이 금융 거래 외 데이터 저장을 제한하자는 'BIP-110' 제안을 지지하는 첫 블록을 생성하면서, 비트코인이 순수한 화폐 시스템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양한 용도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지를 놓고 커뮤니티가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BIP-110 제안, "쓰레기 데이터 막겠다"
BIP-110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금융 거래와 무관한 임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약 1년간 제한하자는 임시 소프트포크(일시적 프로토콜 변경) 제안이다.
최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는 NFT(대체불가토큰) 이미지, 텍스트 파일 등 금융 거래와 무관한 데이터가 대량으로 저장되면서 블록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송금 거래 수수료가 상승하고, 블록체인 전체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는 노드(네트워크 참여 컴퓨터) 운영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BIP-110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은 건전한 화폐 시스템으로 설계됐으며, 이미지나 파일 저장소로 사용되는 것은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블록 공간을 금융 거래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래 차별은 비트코인 원칙 위배"...반대 목소리 거세
하지만 반대 진영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 블록스트림의 CEO 아담 백은 "합의 계층에서 특정 거래를 차별하는 것은 비트코인의 핵심 원칙인 '거래 중립성'을 훼손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떤 데이터가 '쓰레기'이고 어떤 것이 '정당한 거래'인지 누가 판단하느냐"며 "이런 식의 개입은 비트코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결국 블록체인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66KB 이미지 삽입으로 "기술적 우회 가능" 입증
논쟁은 한 개발자의 '실력 행사'로 더욱 격화됐다. BIP-110 제안에 반대하는 한 개발자가 비트코인 거래 데이터에 66KB 크기의 이미지를 삽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데이터 저장에 주로 사용되는 'OP_RETURN'이라는 특정 기능을 쓰지 않고도 대용량 파일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즉, BIP-110이 시행되더라도 기술적으로 우회할 방법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비트코인의 정체성을 묻는 근본적 질문
이번 논쟁은 단순한 기술적 이견을 넘어, 비트코인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한쪽에서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서 가치 저장과 송금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블록체인은 검열 저항성을 가진 공개 장부이며, 누구나 어떤 용도로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선다.
가상자산 거래소 페멕스(Phemex(는 "이번 논쟁은 비트코인 커뮤니티 내에서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이념적 분열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며 "BIP-110의 실제 채택 여부는 채굴자들과 노드 운영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커뮤니티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BIP-110은 제안 단계이며, 실제 네트워크에 적용되려면 채굴자와 노드 운영자들의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이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