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170억 원 요구한 범죄 조직, 프랑스·스페인 공조 수사 끝에 완전 와해
스페인 국가헌병대(Guardia Civil)가 금일 지난해 1월 발생한 하드웨어 암호화폐 지갑 제조사 렛저(Ledger) 공동창업자 다비드 발랑(David Balland) 납치 사건의 마지막 도주 용의자를 체포했다. 이로써 프랑스와 스페인 양국 수사당국은 이 사건에 연루된 범죄 조직원 전원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스페인 남부 말라가, 수주간의 추적 끝에 마지막 용의자 검거
스페인 헌병대는 이번 체포가 말라가(Málaga)주 베날마데나(Benalmádena) 지역에서 이루어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체포의 법적 근거는 프랑스 사법당국이 발부한 유럽체포영장(European Arrest Warrant)이었으며, 프랑스와 스페인 양국 수사기관이 수주에 걸쳐 공동 추적 작전을 펼친 끝에 이루어진 성과다.
스페인 헌병대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체포를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 해당 용의자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었으며, 그가 속한 범죄 조직이 도주를 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용의자는 체포 전까지 스페인 내에서 수차례 거처를 옮겼다. 처음에는 발렌시아 지역의 임차 아파트에 파트너, 지인과 함께 머물렀고, 이후 세비야와 카디스를 거쳐 마르베야와 말라가 사이의 베날마데나에 최종 은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동안 신원 미상의 제4자가 숙박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2025년 1월 21일 프랑스 중부 지역에서 발생했다. 무장 괴한들이 발랑의 자택에 침입해 그를 납치했으며, 이후 약 48시간 동안 여러 장소에 분산 감금했다. 발랑의 아내는 별도로 파리 남부의 차량 안에 묶인 채 발견됐다.
범인들은 발랑의 손가락 하나를 절단한 뒤, 그 영상을 그의 사업 파트너들에게 전송하며 1,15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한화 약 170억 9,429만 원)의 몸값을 요구했다.
프랑스 정예 경찰 특수부대는 신속하게 작전을 전개해 발랑 부부를 모두 구출하고, 현장에서 용의자 10명을 즉각 체포했다. 그러나 범죄 조직의 핵심 연루자 중 한 명이 스페인으로 도주하면서 국제 공조 수사가 이어졌고, 이번 체포로 마침내 전원 검거가 완료됐다.
블록체인의 역설 : 익명성 노린 비트코인 요구, 오히려 수사 단서 됐다
범인들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몸값을 요구한 것은 익명성을 노린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됐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는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 원장에 영구 기록되는 구조로, 수사당국은 디지털 포렌식과 블록체인 분석 기법을 통해 자금 흐름을 역추적할 수 있었다.
수사기관은 코인 거래 내역 분석, 통신 기록 추적, 이전 체포 용의자들의 진술, 그리고 다중 유럽 거점에 대한 물리적 감시를 병행하며 마지막 용의자의 동선을 좁혀 나갔다.
코인 업계 전반에 울리는 경보…"공개된 부는 표적이 된다"
이번 사건은 최근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관련 물리적 범죄(이른바 '렌치 어택', Wrench Attack)의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에서는 바이낸스 프랑스 CEO 다비드 프랭세(David Prinçay) 납치 시도, 업계 종사자 및 인플루언서 가족을 겨냥한 범죄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은 경영진 신변 보호를 강화하고, 업계 차원의 보안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렛저 측도 이번 사건 이후 내부 보안 프로토콜을 전면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재 스페인 푸엔히롤라(Fuengirola) 법원은 프랑스 판사의 요청에 따라 용의자의 프랑스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EU 회원국 간 유럽체포영장 제도를 통한 범죄인 인도는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사법부 간 직접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신속한 절차로, 조만간 프랑스에서의 재판이 시작될 전망이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