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공급 급감, 재고로 가려져...에너지 비축·다변화로 고물가 장기화"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경제학자가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빠르게 해소되더라도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필립 레인(Philip R. Lane) ECB 수석 경제학자는 28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열린 일본은행 공동 주최 회의에서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충격의 인플레이션 영향은 전쟁이 빠르게 완화되더라도 계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석유 공급 급감, 재고가 가렸을 뿐"
레인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에너지 시장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이 하룻밤 사이 상당히 빠르고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지금까지는 재고로 가려져 있을 뿐"이라며 "초기 충격이 반전되기 시작하더라도 2차 파급 효과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시장에 드러난 유가 상승이 실제 공급 부족의 전모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재고가 소진되면 더 큰 가격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경고다.
과거와 다른 양상..."에너지 비축·다변화가 변수"
레인 수석 경제학자는 이번 에너지 충격이 과거와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유가가 급등한 후 빠르게 원래 수준으로 회귀하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각국이 재고를 보충하고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에너지 비용이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고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ECB 금리 인상 2~3회 예상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시장은 ECB의 통화정책 긴축 강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은 ECB가 현행 2%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2회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1년 내 3차 금리 인상 가능성도 50%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로이터 통신의 경제학자 설문조사 결과는 보다 신중하다. 대다수 전문가는 ECB가 2회 금리 인상 후 2027년 중반 금리 인하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비선형적 메커니즘으로 인플레 확산"
레인 수석 경제학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다양한 비선형적 메커니즘을 통해 빠르게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더 광범위한 가격 체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상황이 4년 전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중단과 팬데믹 이후 수요 급증이 동시에 발생하며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
가상자산 시장에 긴축 압력 가중
ECB의 금리 인상 전망은 유럽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적인 악재다.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ECB까지 긴축 기조를 강화하면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가속화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에너지 가격을 통해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으로 이어지는 연쇄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최주훈 joohoon@blockstre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