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알트코인①]특금법 유예 100여일 앞두고 무더기 상폐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6-17 06:11 수정 2021-06-17 06:11

9월 24일 특금법 유예 종료…거래소, ‘부실코인 솎아내기’ 본격화
업비트, 가상자산 5종 상장폐지 공시 이어 코인빗 8종 상장폐지
국내 10대 거래소 올해 상장폐지 알트코인 수만 300개 이상
특금법 앞두고 ‘리스크’ 관리…잇단 상폐에 투자자 피해 우려도

그래픽=박혜수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는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부실코인 솎아내기’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까다로워진 만큼 당분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정부의 가상자산 시장 관리 방안이 발표된 이후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의 상장폐지 및 유의 종목 지정 횟수가 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11일 25종의 가상자산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같은날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 등 5종의 원화마켓 거래를 18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업비트의 갑작스런 상장폐지 공지로 인해 시장에선 추가 상장폐지에 대한 루머들이 무분별하게 퍼졌으며, 업비트의 거래 상승폭 상위 목록에는 유의종목 및 상장폐지가 지정된 가상자산들이 대거 자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비트에 이어 코인빗은 지난 15일 오후 10시 2분 경 기습적으로 상장폐지 8종과 유의종목 28종을 공시했다. 사유는 팀 역량 및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과 기술역량 등 글로벌 유동성 등을 평가하는 내부 기준에 충족되지 않아서다.

코인빗은 원화 마켓에 70종의 가상자산을 상장하고 있으며, 일 거래대금도 국내 거래소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들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36종의 가상자산 관련 중대 사항을 한밤 중에 알린 것이다. 이에 따라 해당 가상자산들의 가격은 급락세를 보였다.

이밖에도 프로비트는 지난 1일 무려 145종의 가상자산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으며, 포블게이트는 지난 4일 8종, 에이프로빗은 지난 11일 11개 종목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플라이빗은 원화 마켓만 남겨두고 테더(USDT) 마켓과 비트코인(BTC) 마켓은 지난달 31일자로 닫은 상태다.

잇단 거래소들의 조치에 상장폐지 가상자산의 수는 급증하고 있다. 이날 기준 국내 10대 거래소의 올해 상장폐지 알트코인 수는 중복 포함해 284개다. 공시상 확인이 불가능한 코인들을 고려하면 약 300개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가상자산 상장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오는 9월 24일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를 앞두고 부실한 가상자산을 정리하는 ‘부실코인 솎아내기’ 작업으로 풀이된다.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요건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획득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등이다.

FIU가 공개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는 상장 가상자산들의 내역과 발행처, 용도 등을 기입해야 한다. 부실한 가상자산이 많은 경우 자금세탁 위험이 높아져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은행권에서도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는 만큼, 일부 가상자산을 정리해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의도도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현장 컨설팅에 나서면서, 이같은 상장폐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종료 대상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오브스, BORA, 메타디움, 메디블록 등 일부 프로젝트 개발사들이 선제적으로 개발 현황 및 비전을 공개하며 대처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가상자산의 잇단 상장폐지로 인해 투자자들의 손실도 우려된다. 실제로 업비트의 상장폐지 공시 직후 페이코인은 약 52% 가량 급락했으며, 코인빗의 경우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된 8종의 가상자산 모두 전일 대비 적게는 –70%에서 –90% 가량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들이 대대적으로 거래 지원 중단될 경우, 가격 폭락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실한 프로젝트를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혼란이 가지 않도록 기존에 참여한 이들을 고려한 방안들도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