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준비금 증명 챌린지…옥석가리기 시작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11-24 15:08 수정 2022-11-24 15:47

바이낸스 시작으로 잇따른 준비금 증명
OKX, BTC·ETH 102%, USDT 101% 보유
그레이스케일, 준비금 증명 공개 거부
준비금 증명 '돌려막기' 의혹에 신뢰↓

사진=OKX 공식트위터
사진=OKX 공식트위터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하면서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준비금 증명 움직임이 활발하다.

암호화폐 거래소 OKX는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가 직접 거래소 준비금 지불능력을 감사할 수 있는 준비금 증명 페이지를 공개했다. OKX 거래소 사용자는 온체인 월렛 보유량을 공개하고 자금이 실물 자산으로 1:1 뒷받침 되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KX에 따르면 온체인 자산 스냅샷 수량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각각 102% 비율로 보유했다. 테더(USDT)는 101% 수준이다.

# FTX 붕괴 후 일어난 '준비금 증명 챌린지', 그 시작은 바이낸스

FTX 붕괴 후 준비금 증명에 가장 먼저 나선 암호화폐 거래소는 세계 1위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증진을 위해 690억달러 가치의 보유 암호화폐 자산을 공개하며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는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을 해야한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플랫폼 사용자가 투명한 재무 정보에 입각해 결정을 내리고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낸스가 준비금을 공개하자 글로벌 거래소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회사들도 동참했다.

암호화폐 산업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포스팅하는 '블록체인센터넷'에 따르면 현재 준비금 증명을 마친 거래소는 ▲크라켄 ▲코인베이스 ▲게이트아이오 ▲바이낸스 ▲크립토닷컴 ▲비트파이넥스 ▲후오비 ▲OKX다.

크라켄과 코인베이스, 게이트아이오는 유일하게 전문 감사 업체를 통해 감사쳤다. 쿠코인 ▲MEXC글로벌 ▲바이비트 등은 준비금 증명을 곧 완료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내가 왜? 나는 내 방식대로 할래"

준비금 증명을 거부한 회사들도 나왔다. 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신탁 관련 준비금 증명과 월렛 주소 공개를 거부하면서 암호화폐 준비금 증명을 대체할 수 있는 자료로 그레이스케일의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고 있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증명 서한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그레이스케일은 트위터에서 "우리의 선택이 일부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준비금 증명 및 지갑 공개 등 조치가 수년간 우리 투자자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온 복잡한 보안 조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라며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온체인 유효성 검사를 자주 진행하지만, 보안 문제로 암호화폐 보유 증명 및 지갑 주소 공개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부 투자자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의 증명 서한이 아닌 투자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온체인 데이터의 월렛을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포트폴리오 공개에 따른 투자자 신뢰도 변화 일어나

글로벌 거래소들의 준비금 증명을 통한 거래소들의 재무 포트폴리오 공개는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거래소가 보유한 자산 종류에 따라 거래소를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공개된 크립토닷컴의 경우 거래소 준비금의 약 20%가 '밈코인'인 시바이누(SHIB)로 구성, 많은 이들을 경악케 했다.

반면 비트파이넥스의 경우 거래소 준비금의 91%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많은 이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다.

# 준비금 증명, 거래소 재무 건전성 평가에 완벽할까?

일각에서는 준비금 증명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준비금 증명의 가장 큰 문제로 부채가 자산보다 적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임슨 롭 CTO는 트위터에서 "준비금 증명이 아예 없는 것보다 준비금 증명을 통해 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낫지만 이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벨쉬 비트고 최고경영자(CEO)는 "준비금 증명은 투명성 확보의 좋은 시작이지만 부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부채를 증명하기 위해 견고하고 투명한 재무 감사와 규제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거래소들은 준비금 증명에 있어 일시적으로 자금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돌려막기' 같은 꼼수를 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글로벌 15위권의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은 32만개의 이더리움(ETH)이 비슷한 규모의 게이트아이오 거래소로 송금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마잘렉 CEO는 단순 오입금이며 게이트아이오 거래소와 협력해 반환받았다고 해명했지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CRO)는 24시간 전 대비 30% 가까이 급락했다. 크립토닷컴에 대한 위기론이 확산되자 마잘렉 CEO는 유튜브 라이브 AMA(ask me anything)를 통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려 적극 해명한 바 있다.

신호철 기자 shi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