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클 CEO "코인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 실망스럽다"
코인베이스 CEO "FTX와 관계 무관…규제 문제도 있다"
후오비 글로벌, FTX 트론 토큰 스왑 제공…'라이벌 제거'
8일 시작된 FTT의 가격 붕괴 속에 FTX 거래소는 유동성에 위기를 겪었고 마침내 바이낸스에 인수를 제안했다. 전세계 1, 2위 거래소 수장 간 싸움에 2위가 손쉽게 제압당한 것. FTX의 패배는 단순히 FTT와 FTX 거래소의 붕괴를 넘어 시장의 신뢰 상실로 이어지며 큰 하락을 만들었다. FTT가 80% 가까운 하락을 경험한데 대다수의 알트코인들이 10% 이상의 하락을 겪으며 힘없이 무너졌다. 세계 2위 거래소의 붕괴와 FTX가 얽힌 시장 내 복잡한 관계들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을 만든 것이다.
# 가까운 강 건너 불구경, "여기로 오지는 마"
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들은 명확한 '선 긋기'에 나서며 '감염'을 막기에 나섰다.
써클의 제레미 알레어 CEO는 이 사태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비유했다.
그는 "업계에 10년 간 종사한 사람으로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태동한 산업에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한 일이 생긴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FTT의 효용성은 사실상 모두의 근거없는 믿음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용에 기인한 파생상품에서 발생한 문제가 시장 전체를 뒤집을 만큼 큰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작금의 사태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하다 볼 수 있다. FTX가 담보자산인 FTT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으나 FTT에 대한 실질적 가치가 의심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과신'의 키워드로 일치한다.
알레어는 써클은 "이번 사태에 전혀 영향이 없다"는 발언으로 선을 그었다. 그는 "써클은 미국 국채와 현금을 준비금으로 갖고 있으며 전문적이고 투명한 감사를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증명했다"며 "이번 사태는 업계에 코인의 효용성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 역시 "코인베이스는 명확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으로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는 거래소 토큰을 발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FTX나 FTT에 대한 투자 내역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FTX의 붕괴에 대해서는 "고객 자금을 사용하는 등 매우 위험한 비즈니스를 진행한 것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관계를 이어온 댓가이다"며 상황을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미국의 규제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당국은 미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을 명확히 이해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FTX US 인수 의사는 전혀 없다"며 FTX와의 관계에 역시 선을 그었다.
# 후오비 글로벌 "위기는 곧 기회다"
최근 거래소의 신흥 강자로 다시 이름을 올린 후오비 글로벌은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후오비 글로벌은 지난 달 자문 위원회 트론의 설립자 저스틴 선을 영입하며 큰 홍보 효과로 눈부신 성장에 나섰다. 후오비 글로벌은 FTX 붕괴로 인한 홍보와 고객 유치에 나섰다.
후오비 글로벌의 공동 창업자 두 준은 9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최근 일주일 동안 6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FTX에서 유출되었다"며 "FTX의 급격한 자금 유출에 알라메다 리서치에 신용을 제공한 대출기관, 그리고 투자 관계사들 역시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는 멘트를 남겼다. FTX의 유동성 문제를 FTX가 처한 심각한 상황들을 강조하며 '강력한 라이벌' 제거에 나선 것.
뿐만 아니라 후오비 글로벌과 트론 다오는 FTX 플랫폼 내 트론 계열 토큰의 1대 1 스왑을 지원하겠다고 정식 공지했다. 현재 모든 거래소 출금을 중지한 FTX의 위기를 틈타 거래소 고객 확보와 함께 트론 토큰 홀더들을 더욱 확고히 잡아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후오비 글로벌의 스왑 지원을 두고 '저스틴의 방주'로 표현하고 있다.
세계 2위 거래소 FTX가 순식간에 붕괴 위기에 처한 상황 속에 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은 재빠르게 자신들만의 처신에 나섰다. 대형 거인이 무너진 만큼 업계가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 지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승원 기자 k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