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암호화폐 채굴 기승…전력 문제 심각
이란 정부가 승인되지 않은 불법 암호화폐 채굴장에서 압수한 채굴 장비가 15만개를 넘는 수준이라고 공개했다.
암호화폐 전문 매체 비트코인닷컴은 이란 국유 재산을 관할하는 OCSSOP(Organization for Collection and Sale of State-Owned Property)가 법원 명령에 따라 불법 암호화폐 채굴장에서 압수한 채굴 장비 약 15만대 중 일부를 채굴자들에게 반환하기 시작했다고 4일 보도했다.
압돌마지드 에슈테하디 OCSSOP 책임자는 "현재 OCSSOP는 약 15만개의 압수한 암호화폐 채굴 장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사법 판결에 따라 공개될 예정이다"라며 "장비는 이미 채굴자들에게 반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란의 발전·송전 및 배전회사가 국가 전력망에 피해를 주지 않고 채굴기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 2019년 7월에 암호화폐 채굴을 합법화했으며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전국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을 시작했다. 그러나 승인된 채굴 업체 이외에도 보조금을 받는 가정용 전기를 사용해 채굴하는 불법 채굴 업체들이 늘어나 문제가 됐다.
특히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에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져 암호화폐 채굴 작업을 여러 차례 중단시킨 바 있다. 이에 이란 국영 전력회사 타바니르(Tavanir)는 지난 2020년부터 미허가 암호화폐 채굴장 7200곳을 적발해 폐쇄했다.
지난해 5월 모스타파 라지비 마시하디(Mostafa Rajabi Mashhadi) 이란 에너지부 전력 산업 대변인은 "현재 이란의 암호화폐 채굴 장치의 총 전력 소비량이 약 1500MW에 달한다"며 이 중 약 200~300MW만 허가를 받은 채굴장에서 소비되는 전력이며, 약 87%는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시하디는 "승인된 채굴 외에도 일부 승인되지 않은 채굴자들이 가정용 전기를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라며 "이는 이미 가뭄과 강우량 감소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이란의 전력 산업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암호화폐 채굴을 합법화한 후 지난 2020년 1월 기준 비트코인 해시율이 전 세계 시장에서 약 4%에 달했다. 하지만 2021년 여름, 이란 정부는 심각한 전력 부족 현상을 이유로 불법 비트코인 채굴을 단속하며 이란의 비트코인 해시율은 감소했다. 미국의 인구정보 분석업체 세계인구리뷰(World Population Review·WPR)에 따르면 올해 이란의 비트코인 해시율은 3.1%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shinh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