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안법·국제비상경제권법 위반 혐의에 유죄 인정
美 정부에 5.5조원 벌금 내야…사상 최고액 벌금 부과
향후 5년간 재무부에 회사 회계장부 심사 받기로 합의
美 정부 "바이낸스, 범죄로 성장한 거래소…단죄해야"
미국 재무부와 법무부는 21일 바이낸스가 은행보안법과 국제비상경제권법 등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43억달러(한화 약 5조5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낸스는 실정법을 위반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미국 내에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으며 바이낸스를 창업한 자오창펑 CEO 역시 그동안 맡았던 모든 직위를 내려놓기로 했다.
바이낸스가 유죄를 인정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은행보안법 위반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적 경제 제재 관련 규정 위반이다.
미국의 금융기관은 미국 재무부의 금융범죄 단속 네트워크에 등록하고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효과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바이낸스를 자금세탁방지 관련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무장 조직 '알 카삼 여단'과 이슬라믹 지하드(PIJ),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점령한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 등 국제 테러·범죄 세력과의 의심 거래 내역을 미국 금융당국에 신고하거나 방지하지 못했다.
또한 미국 내 바이낸스 고객이 이란, 북한, 시리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등 국제 경제 제재 발효 지역 사용자와의 거래를 중개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이중 북한 고객과는 총 80건, 437만달러(한화 약 56억4200만원) 상당의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했다.
특히 바이낸스 측은 미국 내 고객과 경제 제재 대상 지역 고객의 거래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는 바람에 총 166만여건, 7억달러(한화 약 9000억원) 상당의 불법적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바이낸스가 각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43억달러의 벌금을 미국 정부에 내기로 했으며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완전 철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자오창펑 CEO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바이낸스는 재무부 산하의 금융범죄단속 네트워크 '핀센'의 모니터링을 받고 제재를 준수하기로 약속했으며 앞으로 5년간 재무부가 바이낸스의 회계 장부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이날 바이낸스 유죄 인정 관련 기자 브리핑에서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로 성장한 이면에는 범죄 자금 동원처로서의 역할이 있었다"며 "이제 바이낸스는 미국 기업 역사상 최고 금액의 벌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브리핑에 배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세계 어디에 있는 어느 기관이든 미국 금융체계의 혜택을 받고 싶다면 우리 모두를 테러리스트나 세계 평화를 해치는 적대세력, 각종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응당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